‘눈 중풍’이라고 불리는 망막혈관폐쇄는 망막에 있는 혈관이 막혀 시력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망막혈관폐쇄는 뇌졸중처럼 혈액순환에 문제가 있는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 등 만성질환자가 고위험군이다. 최근 음주·흡연과 과도한 스트레스 등으로 30~40대에서도 드물게 발생한다.
기온이 크게 떨어지면 혈액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아 혈관이 수축되고 이로 인해 혈압이 상승하기에 심뇌혈관 질환뿐만 아니라 망막혈관폐쇄 질환도 노출되기 쉬워진다.
망막혈관폐쇄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17년 6만311명에서 2022년 7만6,502명으로 5년 새 27% 정도 늘었으며, 50대 이상 환자가 90%를 넘는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망막혈관폐쇄는 막힌 혈관 부위에 따라 망막동맥폐쇄와 망막정맥폐쇄로 나뉜다. 망막동맥폐쇄는 별다른 통증 없이 갑자기 시력 저하나 시야장애가 나타나는 응급 안과 질환이다. 자칫 시력을 잃을 수 있기에 증상이 나타나는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망막정맥폐쇄는 보통 한쪽 눈의 정맥이 서서히 좁아지면서 시력이 떨어지고 사물이 찌그러져 보이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쪽 눈에는 이상이 없고 잘 보이기에 방치하기 쉽다. 하지만 유리체에 출혈이 생기고 망막 중심인 황반(黃斑)에 부종이 발생하면 시력이 크게 저하되기에 재빨리 병원에 가서 시신경 손상이 심해지지 않도록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한정우 순천향대 부천병원 안과 교수는 “망막혈관폐쇄 합병증으로 황반부종이 생기거나 눈 안쪽 공간인 유리체에 출혈이 나타날 수 있다”며 “눈으로 가는 혈관이 막히면 산소 공급이 안 돼 ‘우회로’인 신생 혈관이 만들어져 안압(眼壓)이 크게 올라가는 ‘신생 혈관 녹내장’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한 교수는 “혈전으로 혈관 폐쇄가 발생하면 눈뿐만 아니라 뇌·심장 같은 다른 장기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며 “망막동맥폐쇄 환자는 심장내과나 신경과 진료를 통해 심장·뇌혈관 건강을 꼭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연구에 따르면 급성 망막동맥폐쇄로 병원을 찾은 환자 151명 가운데 1년 이내 11%(16명)의 환자에게서 ‘허혈성 뇌졸중(뇌경색)’과 ‘일과성 허혈 발작(transient ischemic attack·뇌로 가는 혈액이 일시적으로 부족해 발생하는 뇌졸중)’을 겪었다. 뇌졸중을 겪은 환자의 절반가량(57%)이 망막동맥폐쇄 발생 1개월 이내 발병했다.
이 밖에 호르몬 약(피임약 등)이나 이뇨제 복용도 발병 요인이 된다는 연구가 있는 만큼 이런 약을 먹는 환자는 정기적인 안과 검진으로 눈 건강을 체크하는 게 중요하다.
망막정맥폐쇄로 황반부종이 발생하면 유리체강내 항체 주사·스테로이드 주사·레이저 치료(범안저 광응고술) 등을 시행하지만 망막동맥폐쇄에는 별다른 치료법이 없다.
따라서 초기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망막혈관폐쇄를 조기 발견하려면 40세 이후엔 1년에 1~2회 정도 안저(眼底)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안저 검사는 눈 중심부 50~60도 범위를 사진 촬영을 통해 혈관 출혈·누출 등을 확인해 실명 유발 질환을 확인하는 검사다. 안저를 1분 이내 짧은 시간 내 인체에 무해한 파장의 빛으로 단시간에 촬영하므로 부작용이나 후유증이 없다.
망막혈관폐쇄 질환을 예방하려면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자는 혈압·혈당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혈관 건강을 방해하는 음주·흡연을 자제하고, 규칙적인 유산소운동과 싱겁게 먹는 건강한 식습관을 가져야 한다.
김재석 인제대 상계백병원 안과 교수는 “날씨가 추워지면 망막혈관폐쇄 등이 생길 위험이 커진다”며 “특히 망막동맥폐쇄가 2시간 이상 지속되면 시력이 회복되기 어렵기에 즉시 응급실을 찾아 안압을 낮추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