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은 분당 60~100회 정도 뛰는 게 정상적이다. 그런데 심장 맥박이 너무 빠르거나 느리게 등 불규칙하게 뛰는 것을 ‘부정맥(不整脈·arrhythmia)’이라고 한다. 심전도 검사로 진단하고, 증상이 잦다면 24~72시간 심전도 장치를 부착해 맥박을 기록하는 생활심전도(홀터) 검사를 하면 된다.
부정맥 가운데 분당 50회 미만으로 심장이 느리게 뛰는 것을 서맥(徐脈)이라고 한다. 서맥은 우심방 내 ‘미니 심장 발전소’인 동방결절(洞房結節·sinoatrial node)이 약해지거나, 심방과 심실을 연결하는 전기 통로인 방실결절(房室結節·atrioventricular node)이 약해져 발생한다.
서맥이 경미할 때는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분당 40~45회 미만이거나 수 초 이상 심장이 멈추는 심한 서맥은 어지럼·실신·운동 시 호흡곤란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혈관 질환이나 약 복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일시적인 서맥은 원인만 제거하면 없어지지만, 대부분의 서맥은 노화로 인한 구조물 기능이 약해져 생기므로 약물로 치료하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노화로 발생하는 서맥이라면 ‘인공 심장박동기’를 심장 속에 집어넣는 시술로 치료하게 된다.
진은선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서맥 환자들은 심장에 인공 심장박동기를 넣는 것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 크지만, 전신마취를 하지 않고 2시간 이내 안전하게 시술할 수 있을 정도로 시술 자체는 어렵지 않다”고 했다.
진 교수는 “순간적으로 심장이 수 초 멈추면 굉장히 위험하므로 고령이라는 이유로 시술을 미루지 말고 빨리 치료받아야 한다”고 했다.
인공 심장박동기 시술은 작은 기계 장치를 앞가슴 피부 아래에 넣고, 이에 연결된 전깃줄을 심장 안에 넣어 심장이 멈추지 않고 계속 뛰게 해주면 끝난다. 전신마취할 필요가 없고, 2시간 이내 시술을 마치며 대부분 이틀 뒤에 퇴원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인공 심장박동기는 전기장판·TV·전자레인지 등 생활 가전에는 거의 영향을 받지 않으므로 일상생활에 별다른 지장이 없다. 다만 안마 의자의 경우 인공 심장박동기 근처에서 강한 진동을 일으킬 때는 기기에 영향이 있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스마트폰을 일시적으로 가까이 두는 건 괜찮지만 기계 삽입 부위인 가슴 앞주머니에 오래 두면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게 좋다. 일반적인 치과 시술은 문제없지만 강한 진동이 오래 가해지면 영향을 받을 수 있기에 치과 방문 시 인공 심장박동기 삽입한 것을 알리는 게 좋다.
고압선을 가까이에서 만지는 직업, 초대형 스피커 바로 앞에서 작업하는 등 강한 전기장에 노출될 때는 이상이 있을 수 있으므로 되도록 피해야 한다.
비행기 탑승 시 공항 검색대에서 이용하는 탐지기에 강한 전기장이 있으므로 탐지기를 통과하지 않도록 인공 심장박동기 환자임을 증명하는 카드를 보여주고 우회해 들어가야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