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총리 연임 성공… 좌파 연립 정부 구성

입력
2023.11.17 00:30
사면 대가로 분리주의 정당과 연대
반발 확산… "임기 채울지 지켜봐야"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대행이 연임에 성공했다. 지난 7월 총선을 치른 지 4개월 만이다. 그러나 카탈루냐 분리주의자 사면을 전제로 연립정부를 구성한 것이어서, 우파 진영의 대대적 반발이 예상된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페인 하원은 이날 산체스 총리 대행에 대한 총리 인준안을 찬성 179 표, 반대 171 표로 통과시켰다.

이날 승리는 산체스 총리 대행이 이달 카탈루냐 분리주의 정당과 손을 잡은 결과다. 산체스 총리 대행이 이끄는 사회노동당(PSOE)은 지난 7월 총선에서 121석을 차지해, 137석을 확보한 우파 야당 국민당(PP)에 제1당 지위를 내줬다. 그러나 당초 예상과 달리 국민당도 과반(175석)을 차지하지 못했고, 두 정당은 최근 4개월간 연립 정부 구성을 위해 군소 정당들과 협상을 벌여 왔다.

협상은 이달 급물살을 탔다. 산체스 총리 대행은 지난 9일 카탈루냐를 위해 함께당(JxCAT)의 카를레스 푸지데몬 전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과 손을 잡았다. 주요 연정 파트너인 15개 좌파 정당 연합체 수마르(Sumar)가 31석 확보에 그친 상황에서, JxCat이나 공화좌파당(ERC) 등 분리주의 정당들은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었다.

다만 스페인 전역에선 카탈루냐 분리주의자 사면 추진에 반대하는 시위가 불붙고 있어서 정국은 당분간 부침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푸지데몬 전 수반은 2017년 10월 카탈루냐 분리독립 선포 직후 폭동을 일으킨 혐의를 받고 있는데, 산체스 총리 대행은 연정의 대가로 푸지데몬 총리를 사면할 방침이다.

AP통신은 “푸지데몬 전 수반은 많은 스페인 사람들의 공공의 적 1호로 간주되고 있다”며 “산체스 총리가 4년간의 임기를 지속할 지원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짚었다. 당장 국민당은 18일 대규모 규탄 시위를 열겠다고 밝혔다.

산체스 총리 대행은 전날 "카탈루냐 분리 운동자들에 대한 사면은 사회 통합과 상처 치유를 위해 필요하다"며 "대화와 용서를 통해 스페인의 통합을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르셀로나가 포함된 스페인 동북부의 카탈루냐 지방은 독자적 언어와 문화를 가진 데다 스페인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할 만큼 부유한 지역이어서 독립 여론이 팽배하다. 스페인 의회는 지난 9월 국민당의 알베르토 누네즈 페이후 대표에 대한 총리 인준 투표를 진행했지만, 국민당이 극우 정당 복스(Vox)와 손을 잡으며 다른 정당들로부터 외면 받아 가결되지 못했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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