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률 "다양한 캐릭터 소화, 축복이죠" [인터뷰]

입력
2023.11.26 16:45
배우 장률,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인터뷰
다양한 작품 통해 신스틸러 등극

배우 장률의 이미지는 일관적이지 않다. '몸값'에서 처절하게 생존하려고 하는 청년이었다면 '정신병동'에서 실제로 있을 법하면서도 로맨틱한 정신과 의사를 입으면서 '장르물 계의 팔색조'로 활약했다.

최근 장률은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본지와 만나 넷플릭스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이하 '정신병동')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3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정신건강의학과 근무를 처음 하게 된 간호사 다은이 정신병동 안에서 만나는 세상과 마음 시린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극중 장률은 준수한 외모에 능력까지 겸비한 정신의학과 의사 황여환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이날 장률은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정신병동'에 대한 좋은 이야기들이 많아서 기쁘다"라고 행복한 마음을 드러냈다. 전작과 다른 이미지로 나선 까닭에 시청자들이 뒤늦게 놀라기도 했다. 장률은 "앞으로 해나갈 숙제가 많다. 저라는 배우가 한국에 존재한다는 것을 많이 알려야 한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뒤이어 "다양한 모습과 결을 보인다는 것이 배우로서 축복"이라고 말한 장률은 "좋은 이야기와 역할을 만날 수 있는 순간이 온다는 것이 영광이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감독님과 저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연기를 했는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마이네임' 이후 인터뷰를 보셨다고 하셨어요. 그때의 표정, 배우가 갖고 있는 모습이 여환 같아 보이지 않았을까요. 그걸 좋게 봐주셨습니다."

정신의학과 의사 직업 특성상 장률은 캐릭터가 신뢰감을 갖고 있는 인물로 보이길 원했다. 이에 제작진은 배우에게 강남성모병원 의사와 간호사 생활을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그런가 하면 황여환은 극중 가장 사랑꾼이기도 하다. 장률은 캐릭터와 자신을 비교하면서 "저는 여환처럼 못 할 것 같다. 그렇게 직진하는 것이 대단하다. 실제로는 조심스럽게 연애하는 편이다. 여환은 계속 상처를 받는데도 용기를 내는데 그런 모습이 귀여워 보였다. 이야기에서 사람을 쟁취하려는 모습보다 용기를 내고 서툴지만 자신의 마음을 그려내려고 노력했다"라고 주안점을 뒀던 지점을 짚었다.

장률과 황여환은 비록 직업은 다르지만 비슷한 궤에 있다. 그는 정신과 의사로서 관계 안에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황여환과 연기하면서 인물을 해석하고 분석하고 이해하는 배우의 본질적인 결이 같다고 바라봤다. 사람과 관계를 맺으면서 기질을 캐치하는 '직업병'이 있다고 밝힌 장률은 이러한 부분을 적극 활용하며 대사 마디마디마다 입체적으로 표현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성격은 어떠냐는 질문에 "집에서는 막내아들이다. 황여환도 막내다. 항상 웃는 가족들이다. 철 없는 막내에서 캐릭터를 발전시켰다"라고 답했다.

장률의 필모그래피는 꽤 강렬하다. 넷플릭스 '마이네임'과 티빙 '몸값' 등으로 선 굵은 연기를 선보였고 장르극에서 유독 짙은 존재감을 남겼다. 그리고 '정신병동'에서는 멜로 연기에 도전하면서 스펙트럼을 확장시키는 중이다. 특히 이번 작품으로 첫 키스신을 하게 된 소회를 들을 수 있었다. 장률은 "작품을 하다 보면 쑥스러운 순간이 있기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처음이라고 사람들에게 풀어놓는 것이 제게 도움이 됐다. 그렇게 더 긴장이 많이 되고 텐션이 올라가게 된다. 막상 연기하는 순간에는 들레와의 감정선, 여환의 모습, 들레를 바라보는 시선, 햇살이 내리면서 따스한 장면으로 만들어졌다. 대만족이다"라고 떠올렸다.

이처럼 장률은 이번 '정신병동'에서는 친근감을 무기로 삼았다. 이전 작품의 장르적 특성을 하드하게 표현해냈던 이미지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던 까닭이다. 장률은 일할 때와 촬영할 때 쉴 때의 경계를 지키는 중이라고 고백했다. 싱크로율과 상관없이 늘 호연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까닭이다. 학창 시절부터 실제 의사의 꿈을 가졌다면서 이번 작품으로 꿈을 이뤘다는 너스레를 덧붙였다. 어린 마음에도 '의미 있는 일을 하겠다'라는 선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연기를 하면서 작품에 존재하고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면서 작은 변화를 야기한다는 것은 제 꿈과 맞닿아 있습니다."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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