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만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군사 대화 채널을 복원하고 펜타닐 마약 퇴치를 위해 협력하자는 데 합의했다. 4시간 넘게 진행된 회담 뒤 바이든 대통령은 “가장 안심되는 건 둘 중 누구든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면 받기로 한 것”이라고 성과를 설명했다. 시 주석도 “중국은 결국 통일될 것”이라고 강조하긴 했지만 수년 안에 대만 침공 계획은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담은 그동안 고조돼온 양국 긴장을 일단 완화시켰다는 점에서 긍정적 신호다. 이미 국운을 건 전략 경쟁이 시작된 마당에 한 번 만남으로 양국의 근본적인 입장 차가 줄어들 순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경쟁이 충돌로 비화해선 안 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핫라인 구축을 통해 오해나 오판에 의한 무력 충돌을 방지키로 한 건 의미가 적잖다. 대만 문제도 당분간 현상 변경은 없다는 암묵적 합의로 볼 수 있다.
앞으로 미중 관계에 미묘한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선 1년 앞 지지율이 저조하고 이미 두 개의 전선에 직면한 바이든 대통령은 대중 관계를 안정시켜야만 한다. 3연임 후 부동산 시장 붕괴와 청년 실업률 상승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시 주석도 돌파구가 절실하다. 이러한 미중 관계의 변화 속에서 생길 새로운 기회를 우리는 잘 포착해야 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중국에 공을 들이고, 미국 편에 섰던 호주가 다시 대중 관계 개선에 나선 것도 이런 배경이다.
이날 시 주석이 참석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만찬에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애플의 팀 쿡, 보잉의 스탠 딜 등 미국 재계 인사들이 총출동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치는 싸워도 경제는 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 더구나 우리에게 중국은 여전히 가장 큰 무역 상대국이다. 무엇이든 한쪽으로 너무 치우치거나 한 나라에 한 사람에게 ‘올인’하는 건 위태롭다. 스스로의 힘을 키우면서 환경의 변화를 잘 살펴 국익을 극대화하면서 실리를 챙기는 게 현명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