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대 입학정원 확대를 추진하면서 정원 50명 미만인 '미니 의대'를 우선적으로 증원할 거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늘어난 정원을 배정할 때 학교가 아닌 지역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니 의대 소재지가 대부분 의료 취약지라고 해도 수도권에 대학병원 분원을 둔 학교가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 행정 전문가인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16일 국회입법조사처 주최로 열린 '필수·지역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의사인력 증원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정부의 의대 증원 수요 조사 결과대로) 아무런 조건 없이 의대 정원을 배정하면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지역 종합병원급(2차 병원)은 붕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 확대 방안' 발표 이후 전국 40개 의대를 상대로 증원 수요를 조사했고 현재 집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의대 대부분은 대폭 증원을 희망하고 있고, 특히 미니 의대들은 지금의 2배 이상으로 정원을 늘려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의 주장은 토론회 주제 발표에 대한 반론으로 제기됐다. 김주경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은 "전국 17개 미니 의대는 공교롭게 대부분 의료인력이 부족한 지역에 있는 반면, 정원이 많은 의대는 대도시에 편재돼 있다"며 "복지부도 오래전부터 이런 상황을 감안해 의료정책을 어떻게 할지 고민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대(135명), 연세대(110명), 고려대(106명), 가톨릭대(93명) 등 대형병원을 보유한 대학은 의대 입학정원이 많은 편인 반면, 대표적인 의료취약지에 위치한 강원대, 관동대, 충북대 등은 의대 정원이 49명이다.
미니 의대 소재지가 의료취약지라는 점은 '미니 의대 정원 확대가 곧 지역의료 강화'라는 논리의 근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김 교수는 "미니 의대 상당수는 허가지(소재지)만 지방일 뿐 사실상 수도권 병원을 운영한다고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가천대, 성균관대, 울산대, 아주대 등은 의대 정원이 50명 미만이지만 수도권에 대형 분원을 두고 투자를 집중해왔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의대 증원의 근본 목적은 의료 취약지 해소인 만큼 기준을 지역에 맞춰야 한다"며 "대학을 기준으로 정원을 할당하면 지금까지 해온 대로 수도권 병원 키우기에 이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안동 청주 춘천 포항 광주 천안, 의사 수가 부족한 세종 경북 충남 충북 울산 경기 경남 등을 의료취약지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