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선균은 '다리털', 지드래곤은 '손톱'일까…마약검출 오해와 진실

입력
2023.11.19 07:00
모발은 염탈색 반복하면 음성 가능 
모발 음성→체모·손발톱 양성 가능
음성 시 '유죄', 양성 시 '무죄' 가능
"감정 결과는 여러 증거 중 하나"

경찰이 마약류 투약 의혹을 받고 있는 배우 이선균(48)씨와 가수 지드래곤(본명 권지용·35)의 마약 감정에 잇따라 실패하면서 각 시료별 마약 검출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두 사람은 모발 감정에서 모두 음성, 이씨의 경우 다리털 정밀 감정에서 '감정 불가' 판정을 받았다. 경찰은 권씨가 제출한 손톱에 대한 정밀 감정을 진행 중이다. 유명인 마약 수사 사건을 계기로 마약 감정에 대한 주요 궁금증을 Q&A로 풀어봤다.

Q 마약류 투약은 왜 모발·소변 검사로 하나.

A 마약류 검출은 주로 모발 검사와 소변 검사로 이뤄진다. 모발 검사는 머리카락 주요 성분인 단백질 케라틴에 점착된 마약 성분을 검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다만 염색과 탈색을 자주 하면 모발의 케라틴 구조가 깨져 마약 성분이 빠져나간다. 이 때문에 모발 검사에서 마약이 검출되지 않기도 한다. 권씨의 경우 지난해 앨범 활동 후 거의 1년 6개월 넘게 모발 염색(탈색)을 하지 않았다고 직접 밝혔고, 이씨도 지난 4일 새치가 희끗한 모습으로 경찰에 출석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둘은 모발 검사에서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소변 검사는 투약 후 10일 내 검사가 이뤄져야 비교적 정확하다. 소변 검사는 투약 후 3~10일까지 마약이 검출되기 때문에 비교적 최근에 마약을 투약했을 경우에 주로 한다. 2019년 마약류 투약 혐의로 집행유예가 선고된 가수 박유천도 소변과 모발 검사에서는 음성 판정을 받았다.

Q 모발에서 검출이 안 됐는데 체모·손톱에서 나올수 있나.

A 나올 수 있다. 모발과 소변 검사의 한계를 메우는 게 체모와 손·발톱 감정이다. 염색과 탈색 가능성이 적고, 인멸하기 어려워 마약 검출 가능성이 높다. 박유천씨도 다리털 감정에서 양성 반응이 나와 마약 혐의가 입증됐다. 이선균씨는 모발 검사에서 마약 검출이 안 되자, 다리털 검사를 받았다. 다리털 검사에서는 감정 불가 판정을 받았다. 권지용씨는 경찰 조사 당시 머리털을 제외한 털이 없는 상태로 출석해 손톱을 채취해 정밀감정을 진행 중이다. 체모는 제모가 가능하지만 손·발톱은 인멸하기가 어렵다.

체모와 손·발톱 감정도 한계가 있다. 모발의 경우 머리카락이 1개월에 대략 1㎝씩 자란다는 점을 감안하면, 길이에 따라 투약 시점을 1년 안팎까지 추정할 수 있다. 반면 체모와 손발톱은 휴지기가 있고, 자라는 속도가 일정하지 않아 시기를 추정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오히려 피의자들에게 유리한 검사 방법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마약 전담 검사 출신 배한진 변호사는 "검사가 기소하려면 투약 일시와 장소를 특정해야 하는데, 체모 같은 경우는 시기 추정이 불가능해서 기소가 안 되는 경우가 있다"며 "보통 결정문에 양성이 나왔으니 투약한 것으로 강하게 의심되지만 공소사실을 특정할 수 없어 혐의 없다 등으로 기재된다"고 설명했다.

Q 체모나 손톱에서도 검출이 안 되는 경우도 있나.

A 그렇다. 체모나 손발톱의 경우 채취량이 부족해 감정 불가 판정을 받기도 한다. 이선균씨의 경우에도 정확한 판정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체모량 부족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경찰은 추가 채취는 하지 않기로 했다. 통상 정밀감정에는 30㎎ 이상이 필요한데, 체모의 경우 50수 이상에 해당한다. 그러나 사람마다 털의 굵기와 길이가 달라 50수 이상이더라도 30㎎ 미만에 해당하면 감정이 어려울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뽑아서 제출하는 경우 고통 때문에 잘라서 제출하기도 한다"라며 "체모가 얇거나 짧으면 충분한 양을 채취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Q 국과수 검사에서 마약이 검출되지 않았다면 무죄일까.

A 아니다. 김선춘 국과수 대전과학수사연구소장은 "마약 감정은 마약에 노출됐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일 뿐, 양성 반응이 나왔다는 사실 자체로 남용했다고 판단하거나 유·무죄를 판단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마약 감정은 마약 투약 혐의를 입증하는 여러 증거 중 하나일 뿐이란 얘기다.

2011년 마약 투약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C씨도 모발 감정에선 필로폰 양성으로 나왔지만,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대법원 재판부는 "피고인이 필로폰 투약 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그에 관한 뚜렷한 증거가 확보되지 않았음에도 모발 감정 결과만으로 공소내용이 특정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20년째 마약 사건을 다뤄온 박진실 변호사는 "마약 투약 혐의가 입증되려면 국과수 검사 결과 외에도 제보자나 목격자의 진술, 구매 내역, 송금 기록, 함께 투약한 사람과의 대화기록 등도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Q 국과수 감정에서 모든 마약류 검출이 한 번에 가능한가.

A 아니다. 국과수 감정은 모든 마약에 대해 진행되는 것이 아닌, 신체 압수수색 영장에 명시된 마약에 대해서만 진행한다. 영장은 어느 정도 혐의가 소명이 된 경우에만 발부된다. 이 때문에 A마약류에 대한 영장이 발부됐다면 B마약을 투약했을 경우 검출되지 않는 허점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신종 마약인 경우 법망을 피할 가능성이 높다. 투약한 사람도, 투약을 목격한 사람도, 수사하고 있는 경찰도 어떤 마약인지 모르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과거엔 필로폰이나 대마 등 전통적인 마약류 투약 비중이 높았던 반면 최근에는 신종 마약 투약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Q 마약 감정에 실패하면 혐의 입증은 어떻게 하나.

A 권지용씨와 이선균씨의 마약 감정이 잇따라 실패하면서 경찰은 제보자 진술과 정황 증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은 범죄 사실 소명 부족 이유로 권씨의 통신내역 압수수색 영장과 이씨의 자택 압수수색 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배한진 변호사는 "법원이 가장 낮은 단계의 영장인 통신영장까지 기각했다는 것은 법원이 제보자의 진술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라며 "공소 유지가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선균씨에 대해선 "본인이 제보자의 집에 간 사실을 인정하고 있는 만큼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지 여부가 관건"이라며 "고의 여부가 인정되면 기소유예 처분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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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다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