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쎈여자 강남순'은 주역들의 활약도 빛나지만 조연들의 존재감도 크다. '세 모녀' 이유미 김정은 김해숙을 중심으로 옹성우 변우석 이승준 김기두 정보석 아키라 등 색채 강한 배우들이 제 몫을 해낸다. 이 가운데 유독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 시선을 끄는 이가 있다. 바로 영탁이다.
앞서 JTBC '힘쎈여자 강남순' 캐스팅 라인업이 공개됐을 때 가수 영탁의 합류가 의아함을 자아냈다. '꼰대인턴''바람과 구름과 비'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로 연기력을 조금씩 쌓았으나 서사에서 큰 비중이 있는 역할로 보기엔 어려웠다. 세 작품 단순히 특별출연으로 등장해 임팩트를 남겼던 터다. 그렇기 때문에 조연으로 '힘쎈여자 강남순'에 출연하는 영탁을 두고 팬들의 궁금증이 한껏 고조됐다. 이러한 관심 속에서 베일을 벗은 영탁은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뛰노는 모양세다.
극중 영탁은 마수계 특수팀 돌직구 형사 오영탁을 맡았는데 강희식(옹성우)과 주로 다니면서 강남순의 지원군이 된다. 또 마약 사건을 쫓으며 긴장감을 조성하는 역할도 꽤 몰입감 있게 해내는데 그간 영탁이 갖고 있는 유쾌한 이미지는 온데간데없다. 제작발표회 당시 작품을 함께 한 김정은이 "영탁이 형사로 나오는데 연기를 너무 잘해서 깜짝 놀랐다"라고 귀띔했던 것이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김정식 감독 역시 "영탁이 첫 연기 경험인데 정말 잘했다"라면서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극중 영탁은 단순히 너스레를 떨고 오버스러운 연기만 하지 않는다. 가수나 코미디언들이 '신스틸러'를 예고하면서 덤벼들었다가 흔히 하는 실수를 능구렁이처럼 피해간다. 오히려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면서 그의 본 직업을 잊게 만들었다.
여기에는 작품의 결도 좋은 시너지를 발휘했다. '힘쎈여자 강남순'은 특정 배우가 홀로 이끄는 것이 아닌 캐릭터 플레이극에 가깝다. 괴력의 소유자로 분한 이유미와 김정은 김해숙이 이야기의 중심에 서 있다면, 이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향연도 다채롭고 특색이 넘친다.
웰메이드 드라마를 만드는 요소에는 주연의 공도 크지만 조연들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이처럼 세계관에 힘을 더하는 감초들의 호연이 이야기를 더욱 빛나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