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정부와 의대 입학정원 확대 등을 논의하는 의료현안협의체 협상단을 다시 꾸린 후 처음 열린 회의에서 정부와 날 선 대립을 보였다. 의협 측은 "정부의 의대 증원 수요조사는 과학적이지도 객관적이지도 못하다"고 비판했고, 정부는 "의협은 국민의 기대, 의료 현장과는 동떨어진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보건복지부는 15일 서울 중구 서울시티타워에서 제17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는 양동호 광주광역시의사회 의장 등 협상단에 새로 합류한 의협 인사들이 복지부 관계자들과 상견례를 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의협 측 협상단장을 맡은 양 의장은 9분에 걸친 모두발언에서 의대 증원에 속도를 높이는 정부를 비판하며 경고성 발언을 날렸다. 그는 "단편적이고 편향된 수요조사가 그동안 정부에서 약속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가 될 수 있냐"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 확대를 결정한다면, 의료계도 2020년 이상의 강경 투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2020년에도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했다가 전공의 파업 등 의료계의 강한 반발에 철회한 바 있다.
양 의장은 구체적 수치를 들어가며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국민 1인당 연간 진료 횟수가 14.7회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인 5.9회보다 많은 1위이고, 국토 면적당 활동 의사 수인 의사 밀도도 12명으로 세계 3위"라며 "높은 의료 접근성을 가진 나라에서 의사 부족 문제를 논하기는 부적합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이 뒤이은 모두발언에서 "의협은 OECD 통계를 외면하고, 다수 국책연구기관의 의사 인력 수급 추계를 납득하기 어려운 논리로 부인해 왔다"며 "국민의 요구를 도외시하고 의사 인력 확충을 막는다면 직역 이기주의라는 국민의 비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정책관은 "35개 지방의료원과의 논의에서 필수의료과 진료를 재개하려면 의사 인력 확충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호소를 들었고, 병원계 주요 관계자들은 의사 수 부족이 수도권, 전체 진료과에서 똑같이 나타나는 문제라고 했다"며 재차 의사 증원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날 회의는 양측 견해차로 평소보다 긴 2시간가량 진행됐다. 의협 측은 필수·지역의료 유입 방안과 의대 정원의 과학적·합리적 근거 마련 등을 의대 정원 확대 논의의 선결조건으로 제시했다.
의협의 강성 기조 전환은 예견됐던 바다.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가 대정부 협상력에 불만을 드러내며 집행부에 "협상단을 전면 개편하고 정부와 적극 협의하라"고 권고하면서 새로운 협상단이 꾸려졌기 때문이다.
의정 양측은 오는 22일 제18차 의료현안협의체에서 필수의료 붕괴 문제 해소를 위해 중증‧필수의료 보상 강화 등 적정 보상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