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15일 앞다퉈 청년 과학자들을 만났다. 내년 대폭 삭감된 '연구·개발(R&D) 예산'을 둘러싼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다. 더불어민주당은 대덕연구개발특구를 찾아 정부 방침을 맹공했고, 국민의힘은 젊은 연구자들을 초청해 예산을 보완하겠다며 달래는 데 주력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대전 유성구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에서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계속 증액돼 왔던 R&D 예산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삭감해 현장의 연구개발에 큰 지장을 초래하고 일부 연구원들의 생계에 위협을 가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지원·협력하는 것만 해도 부족한데 오히려 (R&D) 예산 삭감이라는 날벼락을 맞게 돼서 매우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R&D 예산 복원에 당력을 총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전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예산심사소위에서 정부안보다 8,000억 원 늘린 R&D 예산을 단독 처리했다.
강천윤 전국과학기술노조 위원장은 간담회에서 "이번 R&D 예산 삭감과 윤석열 정부의 태도에 이공계 대학생 80%가 국내 대학원 진학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라며 "이공계 인력 유출은 내년도 R&D 예산 삭감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많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영 대학원생노동조합 수석부지부장은 "당장 내년에 R&D 예산이 삭감돼 부모님에게 손을 벌려야 한다면 (연구자들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그릴 수 있느냐"고 가세했다.
국민의힘은 국회에서 현장 연구자들과 얼굴을 맞댔다. R&D 예산 일부를 복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과학계 여론을 달래고 사업별 예산 '미세조정'을 위한 명분을 다지기 위해서다.
유의동 정책위의장은 '미래세대 위한 R&D 예산 관련 연구현장 소통 간담회'에서 "내년도 R&D 예산을 조정·편성하는 과정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며 "특히 과학기술 연구 현장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현장 목소리를 듣고 R&D 예산 삭감 부작용이 없도록 꼼꼼하게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 정부 측 인사를 비롯해 박사 과정생, 박사후 연구원, 조교수, 정부출연기관 연구원 등 20~40대 연구자 10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학생과 연구원 생계 보장을 위해 기초 연구비 및 장학금 확대, 인력유출 방지 방안 등을 요청했다.
유 정책위의장은 간담회 브리핑에서 "서로 오해가 있는 부분이 있었고, 정책적으로 보완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연구자 의견은) 최종적으로 예산 심의에 반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R&D 삭감보다는 예산 '재구조화'라는 표현이 맞다. 지난 3년간 급격히 늘어간 부분을 재조정해 효율적인 곳에 쓰고자 하는 게 정부 방침"이라면서 "편성과정에서 놓친 것이 있거나 보완할 부분에 대해 국회 심의과정에서 다시 살펴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