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파죽지세로 몰아내고 있다. 하마스는 근거지인 가자지구 북부에서 탈출해 남부로 도망치는 등 통제력을 잃었다는 게 이스라엘 주장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희생되는 가자지구 민간인이 끊임없이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전장의 주도권을 쥔 이상 '하마스 완전 소탕'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당분간 이 기세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언론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카타르 알자지라방송 등을 종합하면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전날 전황 평가 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가자지구의 모든 곳에 진격했다. 가자지구에 우리를 막을 수 있는 세력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테러범들(하마스)이 가자지구 남쪽으로 도망치고 있고, 민간인들은 하마스 기지를 약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IDF는 최근 전개한 군사 작전 및 성과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사실상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북부 통제권을 쥐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려 한 것이다. IDF에 따르면 지난달 7일 개전 이전, 하마스는 24개 대대(약 3만 명 병력)를 보유했으나, 이 중 10개 대대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하마스 은신처인 지하 터널을 직접 겨냥한 공격을 강화하는 동시에 지휘부 제거에 주력했던 효과 덕분이라는 게 IDF의 자체 평가다.
13일부터는 IDF 골라니 여단 소속 군인들이 가자시티 하마스 의사당과 헌병대 본부 건물에 이스라엘 국기를 들고 도열한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퍼지기도 했다. IDF는 수류탄, 소총 등 하마스 무기가 무더기로 발견됐다는 가자시티 내 란티시 병원 지하 터널로 외신 기자들을 불러들이며 자신감도 과시했다.
지난달 7일 이후 가자지구에서 사망한 팔레스타인 민간인은 1만1,240명(13일 기준·가자지구 보건부 집계)에 달한다. 전체 인구(약 230만 명)의 0.5%로, 200명 중 1명이 숨진 셈이다. 환자와 민간인이 밀집한 병원에서 교전이 이어지고 있고, 연료 부족 등을 이유로 대부분 병원이 운영을 멈춘 상태라 민간인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들 안전도 위험에 처했다. 하마스는 인질 중 한 명인 이스라엘 군인 노아 마르시아노(19)의 죽음을 암시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공세 수위를 낮추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국제사회의 휴전 압박이 커지고 있지만, '외교적 공간'은 2, 3주가량만 열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갈란트 장관도 "우리에게 스톱워치는 없고, 목표(하마스 소탕)만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카타르 중재하에 진행 중인 인질 석방 협상이 향후 전쟁 흐름을 일부 바꿀 수 있으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양측이 '여성·아동 인질과 수감자를 맞교환하고 5일 동안 임시 휴전을 한다'는 내용의 합의에 가까워졌다고 보도했다. 하마스 군사 조직 알카삼 여단의 아부 오바이다 대변인도 13일 "최대 70명의 여성·아동에 대한 석방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고 영국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