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어려운 시기)이 언제 끝나냐는 말이 벌써 나오는데 아직 겨울은 시작하지도 않았습니다. 내년이 너무 걱정됩니다.”(A영화제 프로그래머)
국회의 정부 예산 심의를 앞두고 국내 영화제들이 술렁이고 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4년 예산안에서 영화제 지원금이 지난해의 반으로 줄어서다. 지역 영화문화 활성화를 위한 지원은 아예 폐지됐다. 영화산업의 풀뿌리인 영화제와 지역 영화문화가 말라 죽게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영화발전기금 2024년 예산(정부안) 내역’에 따르면 영화제 전체 지원금은 25억1,900만 원으로 지난해(52억5,900만 원)보다 52%가 줄어들었다. 당초 문화체육관광부 안은 47억3,300만 원이었다. 지역 영상생태계 기반 마련 사업 예산은 아예 사라졌다. 지난해 12억3,000만 원에서 0원이 됐다. 문체부 안(12억3,000만 원)을 전액 삭감한 결과다. 감액은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 때문으로 알려졌다.
영화계에서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영화발전기금 지원을 받는 영화제는 39곳이다. 대규모 영화제(8곳), 중소 규모 영화제(7곳), 국내 영화제(24곳)로 나눠 차등 지원하고 있다. 지원금이 반토막이 나게 되면 중소 규모 이하 영화제들은 생존이 어려워질 상황에 처하게 된다. 중소 규모 영화제인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의 경우 지난해 지원금이 전체 예산(4억3,000만 원)에서 27.9%를 차지했다.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3억8,000만 원)은 23.3%였다.
국내 대표 영화제로 꼽히는 부산국제영화제와 전주국제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도 비상이 걸리게 됐다. 대규모 영화제로 분류되는 이들 영화제는 지방자치단체 지원금이 영화제 예산의 큰 몫을 차지한다. 지자체 지원액은 영화발전기금 지원액을 근거로 삼는 경우가 많다. 영화발전기금 지원액이 반으로 줄면 지자체 지원액이 덩달아 급감하게 돼 영화제 살림이 1년 만에 급속히 쪼그라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부산영화제 한 관계자는 “후원사와 협찬사는 영화제 규모를 보고 움직이기 마련”이라며 “영화발전기금 지원액이 줄어들면 재정 문제가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발생해 영화제가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지난해 기준 영화발전기금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부산영화제(전체 예산 120억 원) 10.6%, 전주영화제(52억 원) 15.5%, 부천영화제(62억 원) 11.7%였다.
예산 전액 삭감으로 지역 영상생태계 기반 마련 사업이 폐지 위기에 몰린 것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크기도 하다. 사업은 지역 영화문화 활성화를 위해 2019년부터 시작됐다. ▲지역 영화 네트워크 구축(운영위원회 구성, 영화포럼, 지역영화 실태조사 등), ▲지역 영화인 활동 지원(전문인력 양성 워크숍, 제작/배급 교육 등), ▲시민 영화문화 활동 지원(청소년 영화교육, 시민영화 제작, 커뮤니티시네마 등) 등을 해왔다. 2020년 서울독립영화제 장편 부문 대상을 수상한 ‘휴가’를 포함해 장편영화 7편, 단편영화 9편이 이 사업을 통해 세상에 나왔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긴축재정 영향을 감안한다 해도 지원금을 곧바로 반으로 줄이거나 사업을 아예 폐지하면 악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며 “영화제와 지역 사업이 타격을 입지 않는 선에서 예산안이 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