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매주 3차례 법정 출석... 총선 급한데 '사법 리스크' 발목

입력
2023.11.1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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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운동을 당 대표 재판 일정에 맞춰야 하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불거졌다. 대장동·백현동 재판과 위증교사 재판을 합쳐달라는 요청을 재판부가 거절하면서 앞으로 '주 3회' 법원에 출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재판에 발목 잡힌 이 대표의 행보가 내년 총선 국면에서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대표는 허위사실 공표(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재판으로 격주마다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위례신도시·대장동·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과 성남FC 불법 후원 재판은 매주 한두 차례 열린다. 여기에 병합 요청이 거부된 위증교사 재판까지 추가로 진행되면서 경우에 따라 일주일에 세 차례 법원을 찾아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당내에선 선거 총책임자인 이 대표의 직무수행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 대표는 외부인사 영입을 총괄하는 당 인재영입위원회 위원장까지 맡아 당무 부담이 훨씬 커졌다. 한 비명계 의원은 14일 "그간 꾸준히 문제 제기했던 일이 점차 현실이 돼 가는 것"이라며 "당의 선거운동 일정을 당 대표 재판 일정에 맞춘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비명계 의원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압승으로 민주당은 한때 기세를 올렸지만 분위기가 눈에 띄게 가라앉았다. 이에 비명계는 활동 폭을 넓히며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비명계 중심 의원모임 '원칙과 상식'을 결성한 이원욱 의원은 MBC라디오에서 "이름을 걸고 하는 정치세력 모임을 만든 것"이라며 "(단식 후 당무 복귀) 일성은 통합을 위한 행보였는데 실천적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최근 비명계 의원들은 '12월 탈당'까지 시사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 대표가 방향을 틀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 친명계 의원은 "비대위 전환 같은 이야기들은 구속영장 기각 전에 거론됐던 것"이라며 "지금은 총선기획단까지 꾸린 마당에 이대로 쭉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이선 후퇴할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김두관 의원 등은 이 대표가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을 떠나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고 요구하지만 아직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 1심 재판 결과가 최소한 총선 전에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며 일단 최악의 상황은 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법조계 출신 의원은 "12월에 2주간 휴정을 하고 내년 2월에는 법원 인사가 있다"면서 "재판부 판사가 바뀌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총선 직전에 결과를 내놓을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도 "판사가 밀어붙이면야 1심이 총선 전에 나올 수도 있겠지만, 총선을 앞두고 그것도 야당 대표의 재판 결과를 내놓을 판사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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