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 집시 집시 집시 여인/끝이 없는 방랑을 하는/밤에는 별 따라 낮에는 꽃 따라 외로운 집시여인” 록밴드 '이치현과 벗님들'이 부른 ‘집시여인’이다. 1989학년도 대학입학 학력고사가 치러진 88년 12월 16일 저녁, 대학 주변의 거리엔 이 노래가 흘러넘쳤다. 예비고사, 학력고사, 수능을 통틀어 역대 가장 추웠던 시험일로 기록된 이날 최저 기온은 영하 12.2도. 시골뜨기인 나에게 도시의 한파는 몸과 정신을 움츠러들게 했다.
그날 시험을 마친 후 대학(당시 선지원 후시험이었음) 교문을 나설 때 마음이 몹시 무거웠다. 2교시 수학 때문이었다. 때마침 대학 앞 신문 가판대에서 본 동아일보(당시 석간) 1면 기사가 큰 위안이 됐다. “현직 수학 교사들도 제한시간 내에 풀 수 없는 문제”라는 학력고사 분석 기사였다.
입시만큼 매섭고 독한 제도가 있을까. 시험 날 딱 하루에 너무나도 많은 것이 달려 있다. 수험생은 물론 자식을 뒷바라지해온 부모들의 애간장이 마르고 타고 녹는 이유다. 오죽하면 이날만큼은 세상에 수험생과 사람 두 종류만 존재한다는 우스개까지 생겼을까.
오늘은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다. 응시자는 50만4,588명. 1996학년도 이후 28년 만에 가장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한다. 특히 수험생 중 5분의 1가량이 대학에 다니다가 다시 시험을 치르는 ‘반수생’이란다. 막상 입학은 했는데 공부를 해 보니 적성에 안 맞아 고민했던 학생들일 게다. 모든 수험생이 길고 힘들었던 입시 생활의 마침표를 잘 찍길 바란다.
그런데 수능과 관련해 ‘킬러문항’은 들을 때마다 영 껄끄럽다. 영어 킬러(killer)에 한자 문항(問項)을 더한 야릇한 용어다. 시험의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점수를 깎는 의도로 출제한 문제를 가리킨다. 굳이 영어를 쓸 이유가 있을까. 초고난도 문항이나 핵심 문항 등으로 표현해도 충분하다.
난도와 난이도도 잘 구분해 써야 한다. ‘난도(難度)’는 어려운 정도를 뜻한다. 따라서 난도는 높다, 혹은 낮다로 표현해야 한다. ‘불수능’은 난도가 아주 높은 수능을, ‘물수능’은 난도가 너무 낮은 수능을 비난하는 말이다. ‘난이도(難易度)’는 어렵고 쉬운 정도로, ‘조절하다’, ‘고려하다’ 등의 동사와 어울린다.
50여 년 살아본 결과 긍정적인 생각이 성공을 불러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슨 일이든 믿는 만큼 이뤄진다.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목사 조엘 오스틴도 '긍정의 힘'에서 긍정적인 사고의 원천은 믿음이라고 강조했다. 수험생 여러분, 자신을 믿고 시험 잘 치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