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자당 대표 수사를 지휘하는 검찰 간부에 대한 탄핵소추를 추진하면서, 법조계에서는 탄핵 절차가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 나오고 있다. 탄핵은 본질적으로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이 전제돼야 하는데, 최근 탄핵소추 대상이 된 검사들의 비위가 '중대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9일 이정섭 수원지검 차장검사와 손준성 검사장(대구고검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가 이튿날 본회의가 불발되자 철회했다. 민주당은 30일 탄핵안을 재발의해 다음 달 1일 본회의에서 의결할 방침이다.
국회의 탄핵소추권은 헌법과 검찰청법으로 보장된다. 헌법은 65조에서 '공무원이 직무집행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 국회가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검찰청법 37조는 '검사는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파면되지 않는다'는 문구로 탄핵 제도를 인정한다.
이처럼 검사 탄핵은 법적 근거에 따른 국회의 권한이지만, 법조계와 학계에선 최근 연이은 탄핵 시도는 그 권한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국회가 가진 다른 견제권한인 '해임건의'의 경우 정치적 책임을 묻기 위한 목적으로 종종 활용되는 경우가 있으나, 탄핵의 경우 '헌법·법률 위반'이란 명시적 요건이 있어 남용될 수 있는 수단은 아니다. 탄핵을 최종 심판하는 헌법재판소는 그동안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위반을 한 경우'에만 탄핵소추를 인용했다. 다시 말해 탄핵은 공무원을 파면(강제로 퇴직시키는 최고 중징계)해야 할 정도의 중대한 비위 행위에서만 인정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 수사 책임자인 이정섭 차장검사에 대해 민주당이 거론한 탄핵 사유는 △자녀 학교를 위한 위장 전입 △골프장 청탁(청탁금지법 위반) △범죄 전과 조회 등인데, 이 의혹이 모두 사실이더라도 징계나 사법처리의 대상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헌법 전문가인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위장전입 등이 불법이긴 하지만,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의 중대한 위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도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위장전입 의혹이 제기되고도 임명된 대법관이나 장관들이 문재인 정부에서도 많았다"고 짚었다.
결국 이번 민주당의 검사 탄핵은 '직무배제'를 노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장영수 교수는 "민주당도 헌재에서 기각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것"이라면서 "결국 이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은 파면을 위한 탄핵이 아니라 탄핵소추에 따른 이재명 대표 수사 지연이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탄핵제도를 오남용한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창현 교수도 "자신들이 용인했던 사안(위장전입)으로 검사를 탄핵한 것은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과거에도 국회가 탄핵소추권으로 검찰을 견제하려는 시도가 없지 않았으나, 당시 탄핵 대상은 주로 검찰총장(김태정·박순용·신승남 등)이었다.
다만, 탄핵소추권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는 순전히 국회가 선택할 문제이기에 권한 행사 방법도 국회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헌법재판관 출신 법조인은 "사회적·국가적 가치를 판단해야 하는 헌법재판은 본래부터 정치적인 제도"라면서 "검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가 가능하도록 정한 게 우리 법체계인 만큼 그 판단이 법적으로 옳은지 그른지를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경우에 탄핵하느냐, 파면 결정을 누가 하느냐는 국가마다 다르다"며 "다만 어떤 이유에서 누가 탄핵됐느냐가 그 나라의 정치 수준을 보여 주는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