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 52시간제’ 전면 개편방안을 폐기하고 일부 업종·직종에 한해서만 연장근로 늘리기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13일 내놓았다. 실태조사 결과 ‘주 52시간제로 어려움을 겪었다’는 기업이 14.5%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올해 초 국정과제로 추진했던 최대 주 69시간으로의 근로시간 개편이 실상은 현실 파악조차 제대로 안 된 뒤로 가는 ‘개혁’이었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한국노동연구원에 의뢰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근로자와 사업자 모두 일괄적으로 주 단위 연장근로를 늘리는 것보다 일부 업종·직종에만 늘리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6개월 동안 주 52시간제로 어려움을 겪은 사업주는 14.5%에 불과했고 업종과 규모에 따라 차이가 컸다.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은 “지난 3월 입법 추진 시 이러한 부분을 세밀하게 헤아리지 못했다”고 시행착오를 인정했다.
정부가 늦게라도 잘못된 ‘개혁’ 방향을 인정한 것은 다행이다. 현장 파악을 제대로 하지도 못한 채 정책을 추진했을 때,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이번에 교훈으로 삼기 바란다. 이와 함께 업종·직종별 근로시간 개편 추진도 무리함이 없는지, 별도의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 사업지원 및 임대 서비스업(32.6%), 제조업(27.6%)에서 주 52시간으로 어려움을 겪었다는 비율이 높았는데, 제조업 중에서 어느 분야인지 등 구체적인 특정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주 52시간제로 인한 어려움을 추가인력 채용으로 대응했다는 비율이 36.6%에 이르는 점으로 볼 때, 근로시간 늘리기가 근본적인 해결법이 아닐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2018년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근로시간 제한을 받지 않은 특례업종을 26개에서 5개로 축소한 바 있다. 실증 데이터와 실태조사에 기반하지 않으면 노사 간 견해차가 커 이 역시 험난할 수밖에 없다. 고용부는 업종·직종별 근로시간 개편에 대해 “노사가 원하는 경우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민생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또 다른 시행착오가 없도록 신중에 신중을 기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