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부가 아들의 미국 조지워싱턴대 온라인 시험을 대신 풀어준 혐의를 반박하고자 담당 미국인 교수를 증인으로 채택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의도라며 반발했다.
조 전 장관 등 변호인은 13일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 김우수 김진하 이인수) 심리로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제프리 맥도널드 조지워싱턴대 교수가 내년 2, 3월에 한국 법정에 출석해 증언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기일은 예정에 없다가 증인 채택을 논의하기 위해 지정됐다.
지난 2월 3일 조 전 장관 부부는 2016년 아들이 다니던 조지워싱턴대의 온라인 시험을 대신 풀어준 혐의(업무방해)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조 전 장관 부부 변호인은 "맥도널드 교수는 증인을 요청한다니 깜짝 놀라 '그게 왜 형사재판 대상이 되느냐'며 본인이 경험하고 운영한 학교 제도에 대해 설명하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 1월까지는 영상 증언을 할 수 있다고 했다"면서도 "직접 재판에 출석하겠다는 의사가 있는 만큼 내년 2월에 재판 일정이 진행됐으면 한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내달 18일을 마지막 공판기일로 정해둔 상태다.
검찰은 조 전 장관 부부가 재판을 2, 3개월가량 더 지연시키려는 의도라며 반발했다. 검찰 측 관계자는 "이 절차가 소송을 지연시키는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며 "업무방해 혐의는 진술만 있는 것이 아니라 문자 메시지 등 객관적 증거가 명백해 증인 신문 여부와 관계없이 판단에는 지장이 없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이미 1심에서 조 전 장관 부부가 아들의 대학 시험을 대신 풀어준 정황이 담긴 카카오톡 대화방 내용을 공개했다.
검찰의 반발은 조 전 장관의 총선 출마설을 겨냥해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조 전 장관은 기소부터 1심 선고까지만 3년 2개월이 걸렸다. 이에 '재판 지연' 논란과 함께 조 전 장관의 내년 총선 출마 가능성이 대두됐다.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형이 확정되지 않은 이상 총선 출마엔 법적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양측 공방이 지속되자 재판부는 피고인 측과 검찰의 질의를 맥도널드 교수에게 보낸 뒤 답변을 진술서와 의견서 형식으로 받아 판단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맥도널드 교수가 있는 미국 뉴욕과는 13시간 시차가 있어 현실적으로 영상 재판 개정이 어렵다는 한계 등을 고려한 것이다.
그러자 조 전 장관 부부 변호인은 "그렇게 해도 질문을 받아 정리하고 회신을 받으려면 내달 18일까지는 도저히 안 된다"며 "두 달 정도는 걸린다"고 난색을 표했다. 이에 재판부는 "내달 18일 이후 당장 판결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서 적어도 두 달 안에 회신이 오면 증거 조사를 추가할 수 있다"며 "다음 기일인 20일 최종적으로 채택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