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개혁 예고한 박민 KBS 신임 사장 "재창조 수준 조직 통·폐합"

입력
2023.11.13 14:30
13일 취임식서 "KBS, 그간 기득권 지키기 급급"
전날에 이어 이날에도 국·부장급 인사 단행
언론노조 KBS본부 "현 정권 옹호 인물 빈자리 채워" 반발

박민 신임 KBS 사장이 13일 "재창조 수준의 조직 통폐합과 인력 재배치를 주저해선 안 된다"면서 고강도 개혁을 예고했다.

박 사장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KBS는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했다"면서 이와 같이 말했다. 박 사장은 현 KBS가 처해 있는 수신료 분리 징수, 2TV 재허가, 예산지원 삭감 문제 등을 언급하며 "위기의 원인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KBS는 공정과 공익, 공영의 가치보다 정파성과 정실주의를 앞세운다는 이야기도 듣는다"면서 "공영방송을 개인이나 집단의 이념이나 소신을 실현하는 곳으로 생각하는 분은 앞으로 설 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사장은 전날인 12일 주요 간부급 인사에 이어 이날에도 국·부장급 인사를 단행했다.

한편 박 사장 취임을 반대해 온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취임식장 앞에서 반대 피켓 시위를 진행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전국언론노조는 "(인사에서) KBS본부는 축출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기 힘든 수준으로 줄었다"면서 "빈자리엔 현 정권을 옹호하며 KBS 보도와 프로그램에 대한 폄훼에 앞장선 단체 소속 인물들이 대거 등용됐다"고 비판했다. 특히 시사프로그램 '더 라이브'의 갑작스러운 편성 삭제, '주진우 라이브' 진행자 주진우씨와 9시 뉴스 이소정 앵커의 일방적인 하차 통보 등을 언급하며 "KBS 구성원을 향한 선전포고이자 공영방송 KBS를 정권의 나팔수로 만들겠다는 선언"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취임한 박 사장의 임기는 김의철 전 사장의 잔여 임기인 내년 12월 9일까지다. 박 사장은 1992년 문화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과 정치부장, 편집국장 등을 거쳤다. 법조언론인클럽 회장과 관훈클럽 총무 등을 지내기도 했다.

이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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