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도 많이 찾는 베트남 유명 관광지 할롱베이가 무분별한 개발 논란으로 시끄럽다. 해외 관광객을 끌어모은다는 목표하에 대규모 관광단지 건설 공사가 진행 중인데, 이 과정에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완충지대를 침범하거나 환경오염 및 경관 훼손이 마구 자행되고 있는 실태가 드러난 것이다. 현지에선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13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최근 할롱베이 인근 지역 개발 문제를 두고 베트남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발단은 지난 5일 베트남 국영 신문 티엔퐁이 공개한 사진 한 장이다. 여기에는 바다 위 우뚝 솟은 석회암 봉우리 사이를 흙으로 메우고 있는 공사 현장 모습이 담겼다. 간척지 위엔 여러 대의 굴착기와 컨테이너가 놓여 있다. 티엔퐁은 “할롱베이 완충지대에서 호텔·주거단지 건설이 진행 중”이라며 “건설 과정에서 환경보호를 위한 조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할롱베이는 석회암 카르스트가 만들어 낸 독특한 지형으로 유명한 베트남 대표 관광지다. 다양한 크기와 형태를 지닌 수천 개의 섬이 청록색 바다를 가득 채운 모습이 절경으로 꼽힌다. 유네스코는 1994년 이곳의 일부 지역을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했다.
베트남 꽝닌성 지방정부는 2021년 할롱베이와 북동쪽 바이투롱베이 사이에 31만8,000㎡ 규모의 건설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약 2,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빌라와 타운하우스, 7층짜리 호텔, 상업시설 등을 조성해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계획이었다. 베트남 D캐피털 컨소시엄이 1조2,000억 동(약 651억 원)에 사업권을 따 갔다.
지방정부가 건설을 승인한 만큼 불법 행위가 자행된 건 아니다. 그러나 전체 부지 중 3만9,000㎡가 세계자연유산을 보호해야 할 ‘완충지대’에 속하는 점이 문제가 됐다. 티엔퐁이 보도한 매립지 역시 보호 지역에 위치해 있다. 유네스코 코앞에서 자연경관을 해치는 공사가 이뤄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 시민들은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쫑꿕빈 전 문화유산부 차관은 티엔퐁에 “할롱베이 경계가 심각하게 침해당했다”고 지적했다. 베트남 저명 역사학자인 응우옌쑤언디엔은 페이스북에 “건설 프로젝트가 세계유산에 직접적 위협이 되고 있다. 아름다운 석회암 지대는 부유층의 장난감이 돼 버렸다”고 꼬집었다. 유네스코도 “베트남이 대규모 관광과 오염 등 위협으로부터 (자연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완충지대의 법적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발이 거세지자 지방정부는 뒤늦게 현장 조사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D캐피털이 △매립지 주변에 인공 제방을 쌓지 않았고 △준설 없이 돌무더기를 쏟아붓거나 △인접 해역에 토사를 버리는 등 생태계를 위협한 사실도 드러났다. AFP는 “이미 할롱베이 인근 지역에 고급 호텔과 놀이공원, 대규모 주거 단지 등이 들어서면서 생태계가 크게 오염됐는데, 이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꽝닌성은 D캐피털에 1억2,500만 동(약 678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3만9,000㎡의 완충지대 침해 문제에 대한 당국의 의견을 요청했다.
중앙정부도 사안을 주시하고 있다. 쩐홍하 베트남 부총리는 12일 건설부에 해당 프로젝트 진행 과정과 문제점을 조사한 뒤 25일까지 팜민찐 총리에게 보고하도록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