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망자 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국제사회는 휴전을 촉구하고 있으며, 종전 후 가자지구의 미래 비전에 대한 논의도 시작되었다. 현재 구체적이고 명확한 제안은 없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정보를 종합해 볼 때, 관련 당사자들 사이에 상당한 입장 차이가 나타난다.
바이든 정부의 '포스트 하마스 구상' 밑그림은 서안지구를 관할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활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가자지구의 미래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백악관 내에는 마흐무드 압바스 수반을 포함 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인사들에 대한 의구심도 존재하기 때문에, 주변 아랍국가 혹은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함께 역할을 수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아랍 국가들, 특히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는 가자지구의 미래를 넘어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위한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집트의 알 시시 대통령은 10월 21일 카이로에서 열린 평화회담에서 가자지구뿐만 아니라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을 포함하는 포괄적 해결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사우디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11월 11일 리야드에서 열린 아랍 이슬람 정상회의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점령·봉쇄 종식을 유일한 해결책으로 보고, 1967년 6일전쟁 이전의 국경선을 기반으로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제거와 가자지구 안보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1월 9일 언론 인터뷰에서 가자지구를 정복, 점령, 지배하는 것을 목표로 삼지 않지만, 탈군사화와 탈급진화는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전쟁 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점령하지 않을지라도, 안보적 관점에서 이스라엘군의 활동이 지속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현재 국제사회는 인질 협상과 일시적 휴전, 그리고 종전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전쟁 종료 후 가자지구의 미래를 어떻게 구상할 것인지에 관한 것이다. 관련 당사자들이 갖고 있는 상충된 비전을 고려할 때, 이들 사이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가자지구 문제 해결을 위해 앞으로 남은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