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 패기와 관록의 대결

입력
2023.11.14 04:30
24면
흑 박정환 9단 백 박지현 5단
승자조 준결승 <1>




박정환 9단과 박지현 5단이 승자 4강에서 맞붙었다. 박지현 5단은 8강전에서 신진서 9단을 꺾은 돌풍의 주인공. 신인의 당돌한 기세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 바둑 팬의 이목이 집중됐다. 반면 박정환 9단 입장에선 띠동갑 차이의 신예를 상대로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상황. 그러나 박정환 9단의 신경은 오직 우승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박정환 9단은 사전 인터뷰에서 “명인전은 반드시 우승하고 싶은 대회다. 이번이 가장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통산 74차례 랭킹 1위를 차지했던 박정환 9단이지만 최전성기를 구가했던 5년 동안 명인전이 중단됐기에 아직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박정환 9단의 흑번. 흑5와 백10은 쌍방 가장 간명한 선택. 백14까지 두 기사 모두 쉬운 초반 진행을 선택하며 빠르게 착수한다. 백16의 한 칸 협공에 박정환 9단은 흑17로 재차 협공하며 맞받아친다. 박지현 5단이 백18로 손을 빼며 백20까지 흉내바둑 같은 모양새가 됐다. 백22는 배석의 특수성 때문에 선택할 수 있는 정수. 좌상귀만 놓고 보면 1도 백1의 응수가 일반적이나 좌하귀에 흑돌이 낮게 포진해 있어 좌변의 가치가 적다. 흑4까지 흑이 만족스러운 진행. 박정환 9단의 실전 흑23도 같은 의미의 한 수. 흑23은 백24 자리에 두는 것이 일반적이나 백에 흑23 자리 붙임을 허용할 경우 좌변 흑 세력의 가치가 떨어진다. 흑27 역시 정수. 2도 흑1로 무심코 뻗는 것은 백2의 막음이 성립한다. 백6, 8의 선수 교환 후 백10을 움직이면 흑이 전투를 이어나갈 수 없는 형태다.

정두호 프로 4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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