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정부가 전국 40개 의대를 상대로 실시한 '증원 수요조사' 결과를 조만간 발표한다. 이들 대학이 요청한 증원 규모가 도합 2,000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정부는 각 의대의 교육 역량을 검증하는 한편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료계와의 협상에도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1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0일까지 의대를 둔 전국 40개 대학으로부터 의대 정원을 얼마나 늘릴 수 있는지를 취합하고 주말에 집계를 마무리했다. 각 의대는 내년 입시가 치러지는 2025학년도부터 2030학년도까지 6년간의 증원 수요를 제출했는데, 합산하면 최대치는 2,000명대 후반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의대 입학 정원은 총 3,058명이다. 복지부는 당초 13일 집계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가 주중 발표하는 것으로 일정을 미뤘다.
정부는 수요 집계와 동시에 의학교육점검반을 가동해 각 의대가 증원 수요만큼 교육 역량을 갖췄는지 검증을 시작했다. 점검반은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을 반장으로, 교육부 관계자와 의학교육평가원,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한국의학교육학회, 한국개발연구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소속 전문가로 구성됐다. 점검은 서류 검토를 중심으로 필요하면 현장조사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2주가량 진행될 예정이다.
복지부는 수요조사 결과가 곧 의대 증원 규모는 아니라고 못 박았다. 증원 규모는 의료계 등과 논의를 거쳐 결정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다만 정부가 병원업계 등 다른 의료단체들을 의대 증원 우군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가운데, 의사 양성을 책임지는 의대의 희망 증원 규모가 정부의 증원 목표치로 회자되던 '1,000명 이상'보다 훨씬 큰 점은 정부에 고무적이다. 복지부가 수요조사 집계치는 정부 증원안이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서둘러 발표하는 것도 이참에 정책 동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부는 내년 대학 입시부터 의대 증원을 반영할 계획이라 늦어도 내년 4월까지는 증원 규모를 확정해야 하는데, 지금의 정책 여건상 연내 확정이 가능할 거란 전망까지 나온다.
특히 의정 협상의 핵심 파트너이자 의대 증원에 부정적인 의협과의 협상에서 정부가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측은 15, 16일쯤 제17차 의료현안협의체를 열고 의대 정원 확대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의협 내부에서 대정부 강경론이 득세하고 있는 점은 변수다. 앞서 의협은 협상단 교체를 이유로 9일로 예정됐던 협의체 회의를 연기했는데, 새로 꾸려지는 협상단은 의대 증원에 한층 부정적 태도를 보일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2020년 의대 증원 추진 국면에서 집단 파업으로 의정 협상 결렬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전공의들의 움직임은 또 다른 주요 변수다.
복지부는 의대 증원을 논의하는 공식 기구가 의료현안협의체가 아니라 보다 폭넓은 주체들이 참여하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또한 의협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계 협의 내용과 점검반 검증 결과 등을 정리해 보정심에 정부안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