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미국 쇼핑몰서 주문한 영양제가 인천 들러도 이틀 만에 일본 도착한 비결은

입력
2023.11.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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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의 초국경택배 중심 인천 GDC
아시아·태평양 '물류 전진기지' 역할로 
배송시간, 물류비 줄여…1, 2주에서 2, 3일로 단축
'사우디 GDC'도 구축…글로벌 CBE 물류 선점 목표


빠른 배송에서 가장 중요한 게 포장 수입니다. 300개냐, 500개냐에 따라 출고일이 달라지니까요.
이경진 CJ대한통운 CBE 운영팀장


8일 오전 10시 찾은 인천시 중구 CJ대한통운 GDC(Global Distribution Center·제3국가로 발송하기 위한 글로벌 권역 풀필먼트센터)의 모든 물류 과정은 단 한 시간이라도 빨리 보내기 위한 시간 싸움이었다. 상품 분류뿐 아니라 포장 단계에서도 박스 접기, 완충재 넣기, 박스 테이핑까지 모두 자동화해 출고 시간과 물류비를 줄였다.

인천 GDC는 연면적 2만㎡(6,117평) 규모로 500만 개 상품을 보관할 수 있는 대규모 물류센터다. 주문량을 예측해 상품을 미리 확보하고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태평양 국가에서 소비자의 주문이 들어오면 곧바로 비행기에 싣는다. 현지가 아닌 인천에서 출고하기 때문에 1, 2주 걸리던 국가 간 배송 시간을 2, 3일까지 줄일 수 있다. 직구, 역직구, 제3국 배송을 아우르는 'CBE 물류'(Cross-Border Ecommerce·초국경택배)로 국내 시장 성장의 한계를 돌파하겠다는 게 이 회사의 목표다.



일본서 주문한 상품, 자동화 시스템 거쳐 당일 도착



이날은 일본, 싱가포르 소비자가 주문한 미국 건강기능식품 쇼핑몰 '아이허브'의 상품 출고 작업이 한창이었다. 입고 후 기본 검수를 마친 상품들이 자동 피킹(Picking·바구니에서 상품을 꺼내는 작업) 시스템인 '오토스토어'로 이동했다.

140대의 로봇이 16단의 큐브 형태로 쌓여 있는 보관 바구니 위로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작업자가 박스에 담을 상품을 찾아 이동하는 게 아니라 로봇이 전해주면서 출고 시간을 줄인다. 사람은 개수에 맞게 박스 안에 제품을 넣기만 하면 된다. 7만6,000개 바구니에 담겨 있는 상품은 약 3만 종에 달한다.

이경진 운영팀장은 오토스토어의 강점을 "공간을 잘 활용해 고정식 선반에 보관하는 '랙' 방식보다 보관 효율성이 네 배, 출고 처리 능력이 2.8배 향상된다"고 말했다. 오토스토어는 테스트 운영을 거쳐 12월부터 본격 운영된다.

①상품을 담은 박스는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중량 검수대를 지난다. ②상품별로 무게를 재 소비자가 주문한 상품이 잘 들어갔는지 따진다. ③이후 3D 스캐너가 박스 내 빈 공간을 확인한 뒤 기계가 적정한 양의 완충재를 채운다. ④발송 국가별로 박스를 자동 분류하고 작업자들이 간선 차량에 싣고 나면 상품은 인천공항으로 향한다.

이 팀장은 "일본의 경우 주문 즉시 당일 출고해 오늘 안으로 현지에 도착할 것"이라며 "이후 일본의 통관 절차에 따라 도착 시간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일본 소비자는 주문 2, 3일이면 미국 쇼핑몰에서 산 영양제를 받아볼 수 있는 셈이다.



신성장동력 삼아 '178조' CBE 물류시장 공략 박차



CJ대한통운은 인천 GDC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글로벌 CBE 물류 시장에 뛰어들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중동 지역 인근 국가로 발송하는 '사우디 GDC'를 마련해 2024년 하반기 가동할 예정이다. 영국 물류시장 리서치 기업 TI에 따르면 전 세계 CBE 물류 시장은 2021년 97조 원에서 2026년 83.5% 오른 178조 원(EUR환율 1,400원 적용)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같은 기간 한국 CBE 물류 시장은 1조1,000억 원에서 21.4% 성장한 1조3,0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과거처럼 글로벌 전자상거래(이커머스)가 대규모 투자로 해외에 직접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국가의 GDC를 통해 효율적으로 배송하게 된다"며 "해외 GDC까지 강화해 글로벌 CBE 물류 시장의 톱 플레이어 입지를 굳힐 것"이라고 자신했다.

인천=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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