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전쟁 후 가자지구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통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앞서 전후 가자지구 통치 체제의 중심은 팔레스타인이 돼야 한다고 밝히며 ‘점령 의사’를 내보인 이스라엘에 못을 박았다.
네타냐후 총리는 11일(현지시간) 연설을 통해 “(가자지구를 PA가 통치하면) 당국이 아이들에게 이스라엘을 혐오하고 죽이도록 교육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마무드 아바스 PA 수반을 겨냥해 “살인자들의 가족에게 돈을 주거나, 끔찍한 학살이 벌어진 지 30일이 지나도록 이를 비판하지 않는 당국의 지도자는 없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PA는 이스라엘을 상대로 범죄를 저질러 수감된 이들의 가족에게 금전적 보상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네타냐후 총리는 “그 곳(가자지구)은 이전과 달라져야 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우리는 그 곳의 안보 통제권을 포기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전후에 무언가 상황이 달라져야 하며, 가자지구는 무고한 사람들의 피를 묻힌 자들의 수중에 다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네탸나후 총리의 야심과 달리 국제사회에서는 전후 가자지구의 통치권을 PA에 넘겨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지난 5일 서안지구를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재점령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하다”며 가자지구의 향후 통치 체제에 대해 “PA 산하 서안지구와 통일된 가자지구가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바스 수반은 역시 지난 10일 연설을 통해 “가자지구에서 다시 책임을 짊어질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미국 백악관은 가자지구를 두고 ‘재점령’을 언급했던 네타냐후 총리에 “이스라엘에도 좋지 않은 생각”이라며 강력한 어조로 반발하기도 했다. 향후 두 동맹국이 이 사안을 두고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다만 가자지구의 사후 처리에 대한 뾰족한 묘수는 없는 상황이다. 서안지구를 통치하는 PA를 이끄는 파타당은 이스라엘군 철군 이듬해인 2006년 가자지구 선거에서 하마스에 패했고, 이후 완전히 기반을 잃었다. PA는 또 이스라엘의 정착촌 확대 등으로 서안지구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큰 터라 가자지구에서 권력을 제대로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