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아랍권 지도자들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전쟁 범죄로 규정하며 이스라엘을 강력하게 규탄해야 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가자지구 내에서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의 만행을 조사하기 위해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나서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1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이슬람협력기구(OIC)·아랍연맹(AL) 합동 특별정상회의에서 공동 결의안이 도출됐다고 미국 CNN방송, 카타르 알자지라방송 등은 보도했다. OIC는 이슬람 최대 국제기구로 57개 국가가 속해있다. AL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시리아,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등 22개 아랍권 국가가 포함돼있다.
지도자들은 성명에서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을 "침략, 전쟁 범죄, 야만적이고 비인도적인 학살"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ICC가 이스라엘이 점령한 모든 팔레스타인 영토에서 저지른 전쟁 범죄와 반인도적 범죄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자위권'이라고 부르는 데 대해서도 "정당화하지 말라"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성명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단호하고 구속력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가자지구에 대한 의약품, 식량, 연료 등 인도주의적 지원이 즉각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이를 위해 유엔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도 요구했다. 또 모든 국가가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수출을 중단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지도자들 사이에 의견 불일치도 있었다고 영국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일부 국가가 이스라엘과의 단교를 요구했으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부와의 채널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대한 제재, 이스라엘군에 대한 테러단체 지정에 더해 팔레스타인인이 싸울 수 있도록 무기를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전쟁이 무고한 민간인 피해를 양산하고 있음에도 서방 국가가 이를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에 대한 영구적 해법을 찾기 위한 국제평화회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야기한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날 회의를 계기로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라이시 대통령은 회담을 가졌다고 사우디 국영 SPA통신은 보도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16년 유력 시아파 성직자를 사형에 처한 뒤 양국 관계는 악화됐다. 그러나 지난 3월 중국 중재로 7년 만에 외교 관계를 정상화했고 상대국 주재 대사관 업무도 재개했다. 이날 회담은 관계 개선 이후 양국 지도자의 첫 대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