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경진대회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학생들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도출한 연구 결과를 적용했지만 막상 '경쟁' 무대에 세워 놓으니 예기치 못한 변수들이 끊임없이 생겼다. 그럼에도 건국대 '오토큐(AutoKU)-R' 팀은 낭중지추(囊中之錐)였다. 9개 대학 16개 팀 중 무난하게 결선에 폴 포지션(레이싱에서 가장 먼저 출발하는 위치)을 차지한 뒤 압도적 실력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2010년 시작된 이 대회에 처음 나와 거둔 쾌거다.
현대차그룹이 10일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연 '2023 자율주행 챌린지'에서 우승을 차지한 건국대 나유승(스마트운행체공학과 박사과정) 팀장은 우승 비결로 철저한 서킷분석을 꼽았다. 세계 최초 양산차 기반의 서킷 자율주행 레이싱 경기의 특성에 맞는 전략을 짰단 얘기다.
겉보기엔 평범한 전기차의 운전석엔 사람이 없었고 저속부터 고속 주행까지 다양하게 이뤄졌다. 이 중에서 건국대팀은 최대 시속 180㎞까지 달릴 수 있는 구간에도 속도 욕심을 부리지 않고 시속 130㎞까지만 달려 안정성에 우선순위를 뒀다. 일반 도로에서는 꼭 필요하지만 서킷에서는 필요 없는 일부 기술을 빼는 과감성도 통했다. 나 팀장은 "이 서킷을 올 수 있는 기회가 세 번뿐이라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모아 비슷하게 시뮬레이션을 만들려 했다"고 했다.
건국대 스마트운행체공학과 조기춘 교수팀원들이 주축이 된 오토큐-R은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이날 열 바퀴를 도는 결선 레이스에서 인하대 에임(AIM)팀과 차이를 세 바퀴 만에 한 바퀴 차로 벌리는 등 압도적 실력 차를 보였다. 쇼트트랙에서 1위 선수가 최하위 선수를 한 바퀴 차로 앞지른 상황을 떠올리면 된다. 이후 카이스트의 '유레카(EureCar)-R'(29분31초209)의 추격을 여유 있게 따돌리고 27분25초409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현대차그룹은 오토큐-R팀에게 미국 현대차 연구소 견학 기회와 함께 상금 1억 원을 줬다. 2위 유로카-R팀에는 상금 3,000만 원과 싱가포르 생산시설 견학 기회를, 3등 인하대 에임팀에는 챌린지 상과 상금 1,000만 원을 수여했다.
오토큐-R팀의 김소영씨도 "14개월 동안 10명 안팎의 팀원이 하루에 많아야 서너 시간밖에 못 자며 열정을 쏟았다"며 "앞으로 최대한 안전을 보장하는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연구를 더 많이 할 수 있는 동기 부여가 됐다"고 했다.
준비 과정에서는 주최사인 현대차·기아 연구원들이 자율주행 차량 제작에 필요한 기술을 지원했고 현대차그룹도 본선 팀에게 양산차 아이오닉 5를 제공했다. 성낙섭 현대차 상무는 "꽤 큰돈이 들어간 것은 맞다"면서도 "학생들이 도전하면서 부서진 차량들 역시 우리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하는 데 소중한 데이터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