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살해 뒤 “기억 안난다” 부인한 50대 무기징역

입력
2023.11.10 19:24
법원 “제3자 출입 가능성 희박...반성 태도 느껴지지 않아”

이웃을 아무 이유 없이 잔혹하게 살해하고도 범행을 부인하고, 죄책감도 보이지 않은 50대가 결국 사회에서 영구 격리됐다.

춘천지법 형사2부(부장 이영진)는 10일 살인, 특수주거침입,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A(52)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5년간 보호관찰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 8월 3일 오전 1시쯤 양구군 이웃 주민의 집에 들어가 80대 B씨를 흉기로 수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같은 날 오전 8시쯤 집을 찾은 요양보호사에 의해 발견됐다.

A씨 측은 법정에서 정신질환 치료제를 복용해 사건 당일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검사가 심증만으로 자신을 기소했으며, 다리가 불편해 범행이 불가능한 점 등을 들어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해자 집의 방범 폐쇄회로(CC)TV 등을 종합해보면 피고인 외에 제3자의 출입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며 유죄로 봤다. 피고인의 집 출입문에 묻은 혈흔에서 피고인과 피해자의 유전자정보(DNA)가 확인된 점, 여름이었던 범행 당일 검은색 긴팔 니트와 긴바지, 검정 장갑, 슬리퍼 등 이례적인 옷차림을 한 것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을 하는 점 등도 유죄 판단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가장 안전한 공간이라고 여겼을 주거지에서 갑자기 잔혹하게 살해됐다”며 “피해자가 느꼈을 극도의 공포심과 고통, 무력감은 도저히 가늠하기 힘들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범행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하면서도 유리한 부분에 대해서는 선별적이고 구체적으로 진술하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며 “태도를 보면 전혀 반성하지 않고,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조금의 미안함도 느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검찰의 사형 구형에 대해선 생명 자체를 박탈할 만한 사정까지 존재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이는 점, 현재 국내에서 사형 존폐를 놓고 위헌 논쟁이 이어지는 점,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된 점을 고려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출소 후 재범하지 않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로 사회 구성원들과 어울릴 기회를 부여할 수는 없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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