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명 적다" 곳곳에서 아우성...의대 증원 규모 계획보다 더 늘리나

입력
2023.11.1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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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 증원 수요조사 2000명 훌쩍 넘어 
미니 의대·국공립에 사립대까지 '정원 확보' 경쟁
복지차관 "심폐소생술 필요" 확대 가능성 열어

전국 대학병원들이 요구한 의과대학 신입생 확대 규모가 2,000명을 훌쩍 넘어 정부가 당초 계획보다 증원 규모를 키울지 주목된다. 정부는 1,000명 안팎 증원을 감안하고 준비를 했는데, 대학병원을 비롯해 곳곳에서 "1,000명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기 때문이다. 다만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숫자'를 최대한 줄이려 해 앞으로 의협과의 논의가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10일 서울 중구 서울역 앞 공간모아에서 대한사립대학병원협회와 간담회를 열어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논의했다. 복지부 의료정책 책임자인 박민수 2차관이 사립대병원 원장들과 만난 건 지난 8일 병원계 간담회에 이어 두 번째다. 이날은 윤을식 고려대의료원 원장(사립대병원협회장)과 박승일 서울아산병원 병원장을 비롯해 30여 명이 참석했다.

간담회는 의대 증원 수요 조사가 끝날 무렵에 이뤄졌는데, 정부가 사립대병원의 의견을 반영해 증원 규모를 조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복지부는 지난달 2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 확대 방안' 발표 이후 전국 40개 의대를 상대로 증원 수요를 조사했다. 공식적인 조사는 전날 끝났지만 아직 일부 대학이 제출하지 않아 이날까지 신청을 받고 주말에 집계할 예정이다.

"국립대병원만 위기 아냐" 추가 지원 요구한 사립대병원들

아직 증원 수요를 제출하지 않은 일부 대학을 제외해도 전날까지 접수한 숫자는 2,000명을 훨씬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처음 검토했던 1,000명의 2배 이상이다. 인하대와 부산 동아대, 충북대 등 정원이 49명인 '미니 의대'는 물론 100명이 넘는 고려대, 지방 대형 국립대병원, 수도권 의대 등 너 나 할 것 없이 '2배 이상 수준'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물밑에서 국립, 사립 할 것 없이 대학병원들의 증원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며 "이참에 최대한 숫자를 늘리자는 게 각 병원들의 공통된 속내"라고 전했다.

특히 사립대병원들은 정부가 '지역 필수의료 살리기'에 초점을 맞추고 국립대병원을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 의대 증원 정책에서 소외될까 염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개원의 중심으로 구성된 의협과 달리 수가 인상과 교육 지원, 의사들의 이탈을 막을 정책이 뒷받침되면 정원을 크게 늘려도 된다는 '조건부 찬성' 입장을 견지하는 것도 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만약 전공의 부족 등을 호소하는 사립대병원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의대 증원 규모는 당초 예상을 뛰어넘을 수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현재 정부 정책이 국립대병원 중심으로 가고 있지 않느냐"며 "인력 확충을 포함해 정부가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는 불만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박민수 차관은 "필수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시점이라 정부는 최선을 다하겠다"며 증원 규모 확대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놨다.

류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