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내내 우주항공청 특별법 제정 여부에 우주항공학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기대와 실망도 수없이 반복됐다. 우주항공 분야는 막대한 연구개발비와 고도의 전문 인력, 산학연의 밀접한 협력이 필요한 특수 영역으로 그 어떤 분야보다 컨트롤타워의 존재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기대와 실망이 뒤엉키는 분위기다. 정부와 여당이 항공우주연구원과 천문연구원의 우주항공청 직속화 방안을 수용함으로써 주요 쟁점을 극복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 진척된 것은 하나도 없다. 국회 탓이다. 연구기관 직속화를 법제화하겠다고 정부가 약속한 만큼 특별법 연내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가 남은 절차들을 신속하게 추진해야 하는데 어떤 후속 조치도 나오지 않았다. 설마 아직도 우주항공청을 정쟁의 볼모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변화하는 국제 정세에서 우주항공 분야는 산업경제적 측면에서나 국방기술 측면에서나 정부의 역량을 집중하고, 국가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 신성장 동력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주항공청과 같은 컨트롤타워의 통합 기능 수행으로 제2, 제3의 누리호 같은 고도의 프로젝트 수행을 위한 민관 협력을 활성화시키고, 차세대 연구개발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게 함으로써 한국의 독자적인 우주항공 기술을 축적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지금은 국제 협력을 통한 우주항공 분야 연구개발이 어느 정도 활성화되어 있지만 본래 우주항공 기술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수출이 금지되어 있어, 자체적인 연구개발 역량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1990년 우주개발에 투자를 시작해 1996년 우주개발 중장기 기본계획이 세워졌다. 미국, 러시아 등의 선진국들에 비하면 30년 이상 뒤늦은 시작을 한 셈이지만, 오늘날 발사체 부문에서 세계 7위 역량을 갖게 될 정도로 우수한 인재들이 연구개발 현장에서 비지땀을 흘려 왔다. 민간에서 자체적으로 발전시킨 기술 역량이나 해외 진출 성과도 놀랍기 그지없다.
하지만 첨단기술과 산업화 역량은 우주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범정부적 우주개발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통해 다음 단계로의 발 빠른 도약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최근 항우연과 천문연 두 연구기관에서도 주요 쟁점의 해소를 반기며 우주항공청 개청에 적극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학계와 산업계에서도 더 이상 우주항공청 특별법 통과가 지연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지금부터 속도를 낸다고 해도 연구개발 현장까지 우주항공청의 역할이 미치기에는 꽤 시간이 걸릴 것이다.
연말까지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국회는 정녕 골든타임을 놓칠 생각인가.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특별법 통과에 뜻을 모아주기 바란다. 모두가 새로운 기회와 우주항공청을 향해 달리기 중인데 국회만 뒷짐을 지고 있는 듯해 현장에서는 여전히 애가 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