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7~9월)에도 제조업 제품의 국내 공급이 뒷걸음질치며 4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1분기 1% 미만이던 마이너스(-)폭이 4%를 웃돌면서 국내 산업의 근간인 제조업 부진이 심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10일 발표한 ‘제조업 국내 공급 동향’ 보고서를 보면, 3분기 제조업 국내공급지수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4.1% 하락했다. 지난해 4분기(-0.2%) 이후 4분기 연속 마이너스 행진으로, 감소폭도 1분기 –0.4%→2분기 –1.7%→3분기 –4.1%로 확대 추세다. 국내 제조업 상황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뜻이다. 해당 지수는 국내 생산, 해외에서 수입해 국내에 공급된 제조업 제품의 가액을 나타내는 것으로 내수시장 동향을 보여주는 대표 지표다.
국내에서 생산‧공급된 제조업 제품도 감소(-1.6%)했지만, 해외에서 들여온 제조업 제품 공급이 보다 큰 폭(-9.2%)으로 줄었다. 수입 제품의 감소폭은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0년 이후 가장 큰 수준이다.
업종별로 컨테이너선‧유조선 등 기타운송장비는 24.4% 늘었으나, 나머지 업종에선 모두 뒷걸음질쳤다. 반도체‧전자부품‧통신기기가 포함된 전자·통신은 감소폭(-13.6%)이 가장 컸고, 이어 기계장비(-11.8%)‧식료품(-6.3%) 순이었다.
계속되는 제조업 부진에 관련 고용시장도 좀처럼 맥을 못 추고 있다. 9월 제조업 취업자는 445만4,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7만2,000명 줄었다. 감소폭은 4월(-9만7,000명) 후 5개월 만에 가장 크다.
정부는 30만 명대로 올라선 취업자와 수출 개선을 바탕으로 경기 회복 기대를 키우고 있지만, 양질의 일자리가 많은 제조업이 흔들릴 경우 가계소비가 줄어들 공산이 크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제조업 부진은 가구소득 확대에도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민간 소비가 줄면 기업도 투자를 망설일 수밖에 없어 경기는 더욱 위축될 수 있다. 주요 경제기관이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줄줄이 낮추고 있는 것처럼 경기 반등 시기가 점차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얘기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10월 한국 경제가 2.7%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가 올해 들어 여러 번 하향 조정해 2.2%까지 끌어내렸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최근 2.3%에서 2.2%로 낮췄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제조업 반등은 선행지표인 수출이 얼마나 빨리 회복세를 타느냐에 달려있다”며 “지난달 수출이 13개월 만에 흑자 전환했지만 전년 10월 기저효과 영향이 커 수출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보긴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