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 개편과 관련된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의 인터뷰를 봤다. 이 의원은,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치개혁을 위한 촛불연대의 역사적 성과'이고 과거와 같이 병립형으로 돌아가는 것은 퇴행이기 때문에 국회의원직을 걸고 막아내겠다고 한다. 한숨이 나왔다. 이 주장은 문제의 진짜 원인을 왜곡하고, 민주당의 책임은 외면하고, 자신과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무시해도 좋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런 견해를 어떻게 정치개혁으로 포장할 수 있을까.
우리 선거 현실의 가장 큰 문제는 위성정당이다. 비례대표를 연동형으로 하는지 병립형으로 하는지는 2차적인 문제에 불과하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마련한다고 해도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 혹은 그와 사실상 차이가 없는 '자매정당'을 두는 이상 선거제는 극도로 후진적인 것이 된다. 이 정당 후보로 당선된 후에 저 정당으로 우르르 옮겨가는 선거에서 어떻게 책임정치가 가능하겠는가. 이런 현상이 생겨난 것은 민주당이 공수처 만들겠다면서 여야 합의 없이 선거법 개정을 밀어붙인 이후다.
물론 이 의원은 위성정당에 반대한다고 말한다. 방지법안도 제출했다. 그러나 그나마 공식적 위성정당이 가지는 최소한의 책임성도 없는 자매정당에 대해서는 문제의식이 전혀 없어 보인다. 그의 말은 이렇다. "민주당 단독 180석으로도 실제 세상을 바꾸기 어렵다. (보수 세력을) 100석 이하로 고립시키는 국회 구성을 만들어봤으면 좋겠다."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열린민주당으로 합당을 해서 20석 이상의 교섭단체를 만들었으면 강력한 진보 야당이 됐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탄희 의원이 '직을 걸고' 지켜내겠다는 제도는 민주당 우호 세력으로 200석을 채우는 수단인 것이다. 단독 200석보다 오히려 나을 수도 있다. 자매정당의 과격한 주장에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대 정당의 이런 태도는 정치 전반에 당연히 영향을 미친다. 이미 소위 '진보진영'에는 민주당의 자매정당을 만들어 의회에 진출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이들은 대통령 탄핵 등 무책임하고 극단적인 공약을 남발한다. 강성 지지층의 관심을 끌어야만 민주당의 '적자(嫡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1대 국회에서 위성정당이나 자매정당 소속으로 의원이 된 사람들의 면면을 떠올려보라. 과연 그런 사람들로 의석을 채워서 헌법에 규정된 법률안 거부권을 무력화시키는 것이 정치개혁인가. 민주당은 정녕 '조국 신당'을 기대하는 것인가.
사실 위성정당 문제에는 쉬운 해결책이 있다. 민주당이 비례후보를 정상적으로 내면 된다. 그러면 얄팍하게 의석을 차지하려는 시도가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국민의힘이 위성정당을 만들면 어떻게 하냐고? 그건 감수해야 한다. 민주당이 자초한 일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개혁은 스스로 불이익을 감수하고 먼저 양보하는 데서 출발하는 것이다. 200석 차지해서 상대방이 저항도 못하게 하겠다는 마음보에서는 갈등과 적개심만 싹튼다.
민주당은 최근 방송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했다. 개인적으로 적극 찬성하는 법안이지만 윤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다. 이 의원에게 하나 묻고 싶다. 방송법 개정이 그렇게 옳다면 여당이던 시절에는 왜 안 했나. 문재인 대통령이 반대했을 때는 왜 한마디도 없었나. 민주당 의원이 '직을 걸고' 스스로의 행태를 비판하고 반성했다면 방송법은 진작 개정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에서 내부비판을 하면 수박이 된다. 이런 독선을 바로잡으려 하지 않고 제도 탓만 하거나 180석도 부족하니 200석이 필요하다고 투정하는 것을 보면 민주당이야말로 개혁의 장애물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