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4시간 교전 중단" 미국 발표에... 이스라엘 "원래 하던 것" 확대해석 경계

입력
2023.11.10 05:27
"전술적, 국지적 조치" 강조한 이스라엘
'교전 중단' 대신 '인도주의적 통로' 용어

이스라엘이 9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의 '하루 4시간 교전 중지' 발표에 대해 "인도주의적 목적의 전술적·국지적인 조치이며 기존에 해오던 것"이라고 반응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이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교전 지역 탈출을 돕기 위해 매일 4시간씩 가자지구 북부에서 교전을 중단하는 데 이스라엘도 동의했다"고 밝힌 것과 관련, 이스라엘이 전략을 변경했다거나 태도를 누그러뜨렸다는 식으로 확대 해석해선 안 된다는 뜻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소탕을 위한 가자지구 지상전의 수위를 더 높이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원래 해 온 인도주의적 통로의 확장"

이스라엘 언론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에 따르면, 이스라엘 고위 관계자는 9일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시행하기로 합의한 '전술적·국지적인 일시 중단'은 가자지구 북부 주민들이 남부로 대피할 수 있도록 5일부터 운영하기 시작한 '인도주의적 통로'의 확장"이라고 말했다. 리차드 헥트 이스라엘방위군(IDF) 대변인도 "시간과 지역이 제한된 전술적 중단으로 이스라엘이 해 온 '인도주의적 통로'의 연속선상에 있다"고 설명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 역시 성명을 통해 "휴전은 없다"고 거듭 확인했다.

이 같은 발언들은 가자지구 북부를 중심으로 지상전을 전개 중인 IDF가 민간인 탈출·인도주의적 물품 이동 등을 위해 이미 취해 왔던 교전 중단 조치를 조금 더 확대했을 뿐이라는 의미다. 전략적 변화가 생긴 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남북을 잇는 살라 아딘 도로에 인도주의적 통로를 마련하고 민간인들이 대거 이동하는 동안 교전을 잠시 멈추거나 공격 수위를 낮춰 왔다. IDF는 8일에만 약 5만 명의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이 통로를 통해 북부 지역에서 남부 지역으로 탈출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헥트 대변인은 하마스가 민간인 탈출을 방해하고 있음에도 수만 명이 남부로 이동하고 있는 건 하마스의 통제권이 상실됐다는 증거라면서 "IDF는 인도주의적 통로를 더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TOI는 특히 미국이 '인도주의적 중단'이라는 표현을 쓰는 반면, 이스라엘은 '인도주의적 통로'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국내외 정치적 여파를 고려해 교전을 멈추는 비슷한 행위에 상이한 용어를 각각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해당 조치는 매일 다른 시간에, 다른 장소에서 실시된다. 주민들에게는 실시 3시간 전 통보한다. 너무 일찍 관련 정보를 공유하면 하마스가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인질은 자식과 같다"... 지상전 공세 강화 예고

이스라엘은 지상전 수위를 높일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은 하마스에 억류된 최소 239명의 인질이 송환될 때까지 가자지구에서 전투를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며 "납치된 이들은 내게 자식과 같다. 어떤 아버지가 자식 찾기를 중단하나"라고 반문했다.

갈란트 장관은 또 "가자지구 알시파 병원 아래 지하 터널에 하마스 대원들이 숨어 있고, 이들이 IDF의 작전을 엿들으며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인질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터널에 들어가거나 파괴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며 "이 문제를 안전하게 처리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고 있고, 향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니엘 하가리 IDF 수석대변인도 "우리는 더 많은 하마스 요새에 도달할 것"이라며 공세 강화를 예고했다.

신은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