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10일 금태섭 전 의원(새로운선택 창당준비위원장)과 만난다. 신당 창당을 시사하며 더불어민주당 내 비이재명계와의 접촉 사실을 밝힌 이 전 대표가 제3지대 규합을 도모하고 있는 금 전 의원과 손을 맞잡을지 주목된다.
이 전 대표 측은 9일 "내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금 전 의원을 서울 모처에서 오찬을 겸해 만난다"며 "(신당과 관련해) 구체적인 결론까지 이르는 자리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금 전 의원도 통화에서 "같이 밥 먹으면서 대화하자는 것으로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말할 단계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두 사람의 연결고리는 김 전 위원장이다. 금 전 의원은 그간 이 전 대표와 만나 서로의 생각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는데, 금 전 의원의 신당 창당을 후원하는 김 전 위원장이 이 전 대표에게 금 전 의원과의 만남을 권했다. 이 전 대표도 중요한 행동에 나서기 전에 자문을 구하는 등 김 전 위원장에 대한 신뢰가 두텁다. 김 위원장은 10일 오찬에서 두 사람의 신당 창당 구상과 관련한 조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전 대표는 이날 동대구역에서 '신당 창당과 대구 출마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국민의힘에는 (대구·경북 출마가) 가장 쉬운 도전일 수 있지만, 새로 시도하는 사람에게 가장 어려운 도전은 그 아성(대구·경북)을 깨는 일"이라며 "저에게 그런 역할을 해달라는 요구가 있을 때는 당연히 어렵다는 이유로 회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구에서 출마한다면 가장 반개혁적인 인물과 승부를 보겠다"고도 했다.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TK)에서 국민의힘 후보와 진검승부를 불사하겠다는 뜻으로, 최근 심상치 않은 TK 민심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기준으로 TK 지역의 윤 대통령 지지율은 10월 3주차 조사 이후 3주째 50%에 미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①전국적 인지도를 통한 '이준석 신당'을 구심점 삼아 ②여야를 망라한 정치세력과 연합 형태로 ③윤 대통령에 비판적인 유권자들을 흡수하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그가 "영남권 신당이라고 한정 짓고 싶지 않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준석 신당' 구상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고려할 요소가 적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의 태도 변화나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의 혁신 작업이 여론의 반향을 얻을 경우 창당 명분이 희석될 수 있다. 이 전 대표는 "이념적 스펙트럼을 넓게 가져갈 것"이라고 했지만, 일부 야당 세력이 참여할 경우 이념적 차이를 조율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윤 대통령과의 갈등은 진영 내부 문제인데, 이 전 대표는 사실상 윤 대통령의 항복을 요구하며 창당을 시사하고 있다"며 "무리한 창당은 신당 창당 세력 중 유일한 플레이어인 이 전 대표만 고립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한국갤럽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