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올해 최고의 히트작 '연인'이 연장을 두고 긴 설왕설래를 거치며 팬들에 대한 몰배려심을 보였다. 확정되지 않은 '연장 논의설'을 직접 배포했을 땐 MBC의 자신감이 있었을 테지만 정작 팬들의 우려는 높아지고 있다.
'연인'은 병자호란을 겪으며 엇갈리는 연인들의 사랑과 백성들의 생명력을 다룬 휴먼역사멜로 드라마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5.4%로 시작해 17회 11.4%를 기록했다.
지난 1일 MBC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연인'의 연장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올해 MBC의 가장 높은 성적표를 기록한 '연인'이기 때문에 연장에 대한 기대감도 높았다. 당시 MBC는 "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연장을 긍정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가운데 예정되었던 종영일을 다소 늦추면서 편성 계획을 조정하고 있다"고 공표했다.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3차전 결과에 따라 4차전 경기 중계방송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는 설명과 함께 MBC는 "후반부 남아있는 중요 장면들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더욱 공을 들이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연인'은 파트2 방송 시작 이후 3주 연속 전체 프로그램 화제성 1위를 차지하며 하반기 최고의 히트작에 올랐다. 남궁민 안은진도 출연자 화제성 1위, 2위를 번갈아 차지하며 인기 몰이 중이다. 본래 방송사들은 히트작 종영을 앞두고 팬들의 아쉬움을 반영해 추가 연장을 논의하지만 '연인'은 경우가 다소 지나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확정되기 전에 MBC가 먼저 연장을 긍정적으로 논의 중이라는 입장을 알렸던 것이 악수가 됐다. 시청자들은 결말보다 연장에 집중했고 오히려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와해됐다.
9일 '연인'이 연장을 최종적으로 확정하기 전까지 다양한 설들이 무성했다. 일단 가장 확실한 것은 현재 생방송 촬영 중이라는 것이다. 후반부 전개되는 깊어진 남궁민과 안은진의 사랑 이야기와 포로들의 속환 이야기 등 파트2에서 풀어야 하는 많은 이야기들 탓에 배우들도 마지막 촬영 일자를 알지 못할 정도로 생방송급 촬영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20회를 목표로 삼았으나 인기를 더욱 길게 끌고 싶은 MBC의 욕심으로 추가된 이야기가 서사의 흐름, 또 몰입감을 방해할 것이라는 예견이 나오는 중이다. 방송가에 따르면 '연인' 제작진은 대본을 늘리기보단 편집에 방점을 찍고 연장을 논의했다. 이는 대본의 분량이 당초 길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대목이지만 편집을 덜어내고 추가분으로 연장을 이어나간다면 극의 템포가 지나치게 루즈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일부 시청자들은 '연인'의 흐름이 다소 더디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연인'은 시청률 확보를 위해 무리하게 연장 방송을 한 많은 드라마들의 길을 걸어선 안 된다. 자칫 제작진이 웰메이드를 완성시켜야 한다는 책임감보다 인기를 오래 끌고 싶어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단순히 추가 연장에 대한 반감이 아니다. 제작진과 배우들의 적극적인 논의를 초석으로 삼아야 연장의 존재가 더욱 값지다. 올해 유독 드라마국의 성적이 저조한 MBC의 입장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가르는 기분이겠지만 박수칠 때 보내줄 줄 알아야 한다. 시청자들에게 회차 연장보다 중요한 것은 좋은 결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