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가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으로 겪은 침체를 극복하고 글로벌 톱티어 도약을 위한 전략적 투자를 실행하고 있다. 핵심 백신 파이프라인 확대는 물론 라이선스 인(기술 도입), 인수합병(M&A)을 모색하며 적극적으로 반등을 노리는 모습이다.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후 세계적으로 백신 산업이 국가 방역과 신성장 동력으로 각광받은 가운데, 국내 백신 주권 확립과 각국의 백신 인프라 공급을 동시에 추진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3분기 매출액은 2,31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4% 증가했다. 영업이익(609억 원)은 185.3% 뛰었다. 엔데믹 전환 이후 세 분기 만에 흑자를 기록한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독감 백신 시장 복귀, 대상포진 백신 매출 확대에 더해 노바백스와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CMO) 계약 종료에 따른 정산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단기 실적 개선보다 중·장기 성장 동력 확보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영업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올해 포함 5년간 약 2조4,000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이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2018년 SK케미칼로부터 독립한 후 5년간 투자한 금액의 약 5배에 달하는 규모다.
투자액 중 절반가량인 1조2,000억 원은 연구개발(R&D)에 투입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미 세계 최초 4가 세포배양 독감 백신인 '스카이셀플루’, 세계 두 번째 대상포진 백신인 ‘스카이조스터’, 세계 최대 조달시장 ‘범미보건기구(PAHO)' 입찰에 성공한 수두 백신 ‘스카이바리셀라’,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차세대 폐렴구균 백신, 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 범용 코로나 백신,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 백신을 '5대 블록버스터'로 보고 개발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와 공동 개발 중인 차세대 폐렴구균 백신은 최근 임상시험 2상을 완료하고 3상 진입을 준비 중인데, 시중의 기존 백신보다 넓은 예방 효과가 기대된다.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사업을 통해 전 세계 백신 인프라 공급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백신 인프라가 부족한 국가에 기술력을 이식해 현지에서 백신을 생산, 공급하게 하는 프로젝트다. 지난 7월엔 태국 국영 제약사 GPO와 2033년 8월까지 독감 백신 원액을 현지에 공급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9월엔 아나 브르나비치 세르비아 총리가 SK바이오사이언스를 방문한 뒤 현지에 백신 생산 허브 구축을 위한 협업 준비에 착수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송도 시대'를 앞두고 있다. 회사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시설 투자로 2025년 인천 송도에 연구부터 상업생산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최첨단 ‘글로벌 연구공정개발(R&PD) 센터’를 완공할 예정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위탁개발생산(CDMO)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글로벌 R&PD 센터에 우수 의약품 품질관리기준(cGMP) 수준의 생산시설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