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나 목욕은 사치다. 마실 물조차 여의치 않은 가자지구 피란민들의 신음이 계속되고 있다. 피란 한 달 차, 며칠이면 동이 날 양의 물이라도 확보하기 위한 쟁탈전이 벌어지지만 그마저도 오염된 물이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전쟁을 선포한 이스라엘이 연료와 물 공급을 차단한 탓이다. 바다에 뛰어들어 급한 대로 목을 축이는 가자 어린이들은 설사와 감기를 달고 산다.
가자지구의 물 부족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번 전쟁 훨씬 전부터 가자지구는 오염된 물과 싸워왔다. 전력이 부족해 폐수 처리 공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2021년 물·환경·건강을 위한 글로벌 연구소(GIWEH) 등 인권 단체들이 2021년 "가자지구 물 97%는 소비 부적합"이라고 판단했을 정도다.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지난달 하마스와 전쟁을 선포한 이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봉쇄하고 식량은 물론 각종 연료와 물 공급 등을 차단하면서 담수화 공장 등이 문을 닫았다. 최근 유엔은 가자지구의 물 생산 능력이 평소 하루 생산량의 5%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중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남부에 물 공급을 재개했다고 밝혔지만, 가자 주민들은 체감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나마 나오는 수돗물도 염분이 높아 도저히 식수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가자 남부에 사는 이제딘 자르보우는 최근 영국 가디언에 "물이 있을 것 같은 장소라면 어디든 사람들이 몰리고, 씻을 물을 얻기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선다"고 말했다.
피란민들은 급한 대로 바다를 찾는다. 어른들은 양동이로 바닷물을 퍼 올리고, 바다에 뛰어든 아이들은 세수를 하고 몸을 씻는다. 가자지구 남부 난민 캠프가 차려진 학교 인근 바다의 모래사장은 거대한 빨래터가 된 지 오래다.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는 "난민들로 꽉 찬 학교에서 깨끗한 수돗물을 얻을 수 없는 사람들은 바닷물로 씻고 빨래를 하는 게 어느새 일상이 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바다도 안전과는 거리가 멀다. 연료가 끊겨 하수 처리장이 돌아가지 않는 탓에 오염된 폐수가 가자지구와 접한 지중해에 흘러든다. 휴양이 아닌 생존을 위해 바다로 뛰어든 가자지구 사람들이 각종 질병에 시달리는 이유다.
특히 오염된 바닷물을 뒤집어쓴 아이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이스라엘의 폭격이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탓에 바다에 가는 것 자체도 목숨을 건 행동이라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피란 생활 한 달째인 임 마흐무드는 "바다 수영을 하는 아이들은 설사와 기침, 감기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물도 없고 비위생적인 학교 안에서만 머무를 수도 없는 일"이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