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6일 경기 가평군의 산 속 내리막길. 구불구불한 길을 액셀과 브레이크를 번갈아 밟으며 내려오다 스티어링휠 오른쪽에 달린 칼럼식 기어 셀렉터1의 기어 노브를 한 번 돌렸다. 계기판의 알파벳 D(주행 모드)에서 B(멈춤)로 불이 바뀌어 들어오자 회생 제동 기능이 활성화됐다. 그 순간 브레이크를 밟으면 갑자기 서고, 액셀을 밟으면 튀어나가던 '전형적' 전기차가 마치 내연기관 차량처럼 부드러워졌다. 액셀을 밟았다 발을 떼어도 갑자기 멈추지 않고 서서히 속력을 떨어뜨려 '원 페달 드라이빙'이 가능할 정도였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임에도 세단처럼 차체가 도로에 낮게 붙는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폭스바겐의 전기 SUV ID.4가 자랑하는 회생제동 기능, 'B모드' 드라이빙의 진가다.
이날 2023년형 ID.4의 시승 중 차량 선두에서 운전자들을 이끌던 인스트럭터(지도자)는 "전기차 회생 제동 때문에 운전을 하면 멀미하는 경우가 많지만 ID.4의 B모드는 내리막에서 원페달 주행이 가능하다"며 "부드럽게 회생 제동이 걸리기 때문에 멀미를 덜 나게 하고 내연기관과 이질감을 줄여준다"고 말했다.
ID.4는 2022년 9월 폭스바겐의 순수 전기차 중 한국에 처음 왔다. 5,000만 원 중반대 가격에 유럽 전기차 중 최대 수준의 국비 보조금을 받으면 4,000만 원 후반대에 살 수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지난해 9월 출시 후 2주 만에 초도 물량을 완판해 수입 전기차 판매 1위에 올랐다. 이후 12월까지 넉 달 동안 판매량이 1,276대에 달했다.
올해 6월부터 판매가 시작된 ID.4 2023년형은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가 405km에서 421km로 늘었다. 정부 공인 에너지 소비 효율 또한 복합 4.9km/kWh로 기존 대비 효율이 좋아졌다. 최대 135Kw의 급속 충전을 지원, 최대 급속 충전 속도로 충전하면 5~80% 충전을 36분 안에 마칠 수 있다.
ID.4는 2,765㎜의 긴 휠베이스 덕분에 기존 동급 SUV 중 실내 공간이 넓은 편이다. 트렁크 적재 용량도 기본 543리터(L), 2열 시트를 접으면 1,575L에 달해 큰 짐을 싣거나 서핑, 차박 캠핑 등 다양한 레저 활동을 즐기기에도 편리하다.
폭스바겐이 내세우는 '접근 가능한 프리미엄'이라는 최대 장점은 올해에도 유효하다. ID.4 Pro Lite가 5,690만 원, ID.4 Pro는 5,990만 원이며 국비 보조금은 580만 원으로 책정됐다. 여기다 폭스바겐코리아는 ID.4 출시 1주년 기념 감사 프로모션을 진행, 2023년 ID.4 구매 고객에겐 폭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를 통해 월 29만 원대 납입금 혹은 36개월 무이자 혜택, 500만 원 상당의 카카오 T 포인트 바우처 혜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단점은 불편한 공조 기능 실행이다. 눈에 보이는 버튼을 많이 줄여 내부 디자인이 매끈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주행 중 바로 실행해야 하는 공조 기능을 찾기 어려운 점은 아쉬웠다. 실제로 이날 주행 중 갑자기 내린 거센 비로 시야가 흐려져 습기를 제거하는 디포그 기능을 실행시키려 했는데 옆 좌석 동승자가 터치 스크린에서 디포그 기능을 여러 단계를 거쳐 찾아야 했다. 물리적 버튼에 익숙하던 운전자라면 처음엔 크게 당황할 수 있는 요소였다.
사샤 아스키지안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은 "버튼은 많은 자동차 브랜드가 고민하는 부분"이라며 "버튼이 너무 많으면 조작은 쉽지만 디자인적으로 간결성이 부족해 보일 수 있고 반대로 버튼이 하나도 없으면 처음엔 조작이 불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ID.4는 매끄럽고 심플하고 더 간결한 인테리어 디자인과 직관적 사용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