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1,000원짜리 뷔페가 있다고요?”
“맛있는 음식을 원 없이 먹고, 도서관에 자리도 잡을 수 있으니 1석 2조죠.”
국립목포대학교가 올해 초부터 시행한 ‘천원의 아침’이 학생들 사이에서 큰 화제다. 1,000원만 내면 양식ㆍ중식ㆍ한식을 가리지 않고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뷔페 형태라 더 인기가 높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송하철 총장의 핵심 정책 중 하나로 학생들에게 집밥 수준의 식사를 제공해 건강을 책임지고, 식비 부담도 덜어주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8일 아침 극강의 ‘가성비’를 자랑한다는 목포대 조식 뷔페로 직접 가봤다.
식당 운영 시간은 오전 8시 20분부터 9시 30분까지다. 문을 여는 시간에 맞춰 광주와 목포에 사는 학생들이 탄 통학버스가 도착했고, 순식간에 식당 앞에 긴 줄이 생겼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식당까지 ‘오픈런’ 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단돈 1,000원이니 밥 한 공기에 국 한 그릇, 두어 가지 반찬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기우’였다. 신선한 샐러드와 계절 과일을 비롯해 토스트와 소시지, 누룽지, 빵, 시리얼, 커피 등 식단이 푸짐했다. 갓 지은 볶음밥에 라면까지 취향 따라 골라 배불리 먹을 수 있다. 교내 전문 영양사가 건강 균형과 학생들의 선호도를 고려해 주기적으로 메뉴를 변경한다. “우리의 경쟁 상대는 학생식당이 아니라 호텔 조식 뷔페”라는 대학 관계자 말이 ‘과장’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학생들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다. 6월 목포대가 학생 254명과 교직원 3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87.4%가 “서비스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또 한 번이라도 이용해 본 적이 있는 응답자의 98.3%는 “주변에 추천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개강과 함께 식당 운영을 시작한 3월에만 7,247명이 찾는 등 매월 6,000~7,000명이 이용한다. 지난 여름방학 기간에도 한 달에 5,000여 명이 다녀갔다.
‘천원의 아침’은 대학 문화까지 바꿨다. 아침을 먹기 위해 일찍 등교한 뒤 식사를 마치고 자연스럽게 도서관으로 향하는 학생들이 많아졌고, 오전 수업 출석률까지 높아졌다. 동아리 활동도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다고 한다.
최예림(21ㆍ약학과)씨는 “자취를 하니 아침은 늘 거르곤 했는데 간편하고 저렴하게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으니 수업 없는 날도 학교에 왔다가 도서관이나 동아리방을 찾게 된다”며 “든든하게 하루를 시작해 집중도 더 잘되는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송중근(23ㆍ경영학과)씨 역시 “요즘엔 아침에 학교 식당 앞에서 약속을 잡는 것이 자연스러워진 건 물론 학생들 사이에서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는 ‘미라클 모닝 챌린지’까지 유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등교 학생들이 많아져서 그런지 도서관 자리 잡기는 훨씬 더 어려워졌다”고 혀를 내둘렀다.
목포대는 이런 호응에 착안해 학생 이용률이 치솟은 도서관 안에 영화관을 만들어 1주일에 한 편씩 영화를 상영하고, 토익이나 취업캠프 운영, 동아리 활동 지원, 캠퍼스 내 거리공연 등 ‘천원의 아침’과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관건은 지속성이다. 양질의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선 적잖은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 끼 식재료 비용이 6,000원인데 현재 국가와 전남도에서 각각 1,000원을 지원받고, 학교가 3,000원을 부담한다. 한때 예산 소진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입소문이 퍼진 덕에 졸업생과 인근 기업 등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목포대 총동문회가 2,000만 원을 쾌척했고, 지역의 한 기업인이 익명으로 1억 원의 현물을 기탁했다. 현재 목포대 등 6개 도내 대학에 연간 1억 1,500만 원을 지원하고 있는 전남도는 앞으로 예산을 더 확대할 계획이다.
대학 측은 캠퍼스 주변 상인들과의 상생도 기획하고 있다. 학교 축제를 가까운 상권과 연결시키고, 인근 자치단체와 협조해 저렴하면서도 질 좋은 지역 농수산물을 주재료로 쓰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송 총장은 “학생들에게 따뜻한 한 끼 식사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시작했지만, 캠퍼스 전체가 달라지고 있다”면서 “목포대생들이 행복한 대학 생활을 누리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학생 복지 프로그램을 더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