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9~10일 한시적으로 경고 파업에 돌입한다. 핵심 쟁점인 인력 감축안을 두고 노사가 6시간 가까이 실무협상을 벌였으나 끝내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으로 구성된 서울교통공사 연합교섭단은 8일 오후 9시 10분 즈음 최종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노조는 “사측에서 일부 변화된 제안이 있었으나 사측이 인력감축과 안전업무 외주화 입장을 철회하지 않았고 정년퇴직 인력조차 채용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결렬됐다”고 밝혔다.
노사는 이날 오후 3시 서울 성동구 본사에서 최종 협상을 시작한 지 2분 만에 정회했다. 이후 협상안을 놓고 6시간 동안 물밑에서 실무교섭을 했으나, 끝내 본교섭을 속개하지 못한 채 대화가 중단됐다.
다만 노조는 예정됐던 총파업이 아닌 ‘조건부 일시 파업’으로 선회했다. 노조는 “서울시와 사측의 전향적 입장 변화를 촉구하는 의미로 내일(9일)부터 10일 주간근무(오후 6시)까지 경고 파업에 돌입한다”며 추가 협상 여지를 남겼다.
그동안 노사 양측은 인력 감축 문제를 두고 팽팽히 대립해 왔다. 사측은 17조 원이 넘는 누적 적자 해소와 경영정상화를 위해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정년퇴직을 포함한 인력 자연감소와 일자리 재조정을 통해 2026년까지 정원 2,212명을 줄이는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공사 전체 정원(1만6,367명)의 13.5%에 해당하는 규모다. 반면 노조는 사측이 경영 실패를 노동자 책임으로 떠넘긴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또 인력 감축은 지하철 안전을 위협하고 시민 서비스 질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노사 양측은 7월부터 총 11차례 교섭(본교섭 4회ㆍ실무교섭 7회)을 진행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지난달 17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조정 역시 무산되면서 노조는 9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지난달 12~16일 진행된 파업 찬반 투표는 찬성률 73.4%로 가결됐다.
협상 최종 결렬로 노조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파업에 돌입하게 됐다. 올해와 마찬가지로 인력 감축을 두고 갈등을 빚었던 지난해의 경우, 파업 첫 날 밤에 극적으로 합의문을 도출하면서 하루 만에 파업이 종료됐다. 올해는 이틀짜리 한시 파업으로 시작되지만, 추가 협상 결과에 따라 전면 파업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노조 측은 “서울시와 노조의 공식입장 변화가 요원하다고 판단할 경우 16일 수능시험 특별 수송에 만전을 기한 후 2차 전면 파업을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조가 파업에 돌입해도 당장 교통대란이 벌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사가 맺은 필수 유지 업무 협정에 따라 노선별로 운행률 50~80%는 유지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9일부터 비상대책본부를 가동해 시민 불편을 최소할 계획이다. 이미 필수 유지 업무 인력과 대체 인력을 합쳐 평일 기준 인력 85%를 확보한 상태다. 서울시는 “오전 7~9시 출근 시간대는 평소와 같이 운행률 100%를 유지하고, 낮 시간대는 평시 대비 70~80% 수준으로 운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오후 6~8시 퇴근 시간대는 100% 운행이 어려워 열차 혼잡도가 다소 올라갈 수 있다. 서울시는 비상대기 열차 7대를 배치하고, 혼잡도가 특히 높은 2호선에 임시 열차를 5회(내선 3대ㆍ외선 2대) 추가 편성하기로 했다.
협상은 결렬됐지만 사측도 협상 의지를 내려놓진 않았다.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노조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협상을 잘 마무리해 파업이 장기화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