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대 뇌물 혐의' 감사원 간부 구속영장 기각... "직접 증거 충분히 확보안돼"

입력
2023.11.09 00:40
차명회사 세우고 피감업체 공사 수주한 혐의

피감업체 등으로부터 10억 원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감사원 간부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이민수 부장판사는 8일 오전 10시 50분부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를 받고 있는 감사원 3급 간부 김모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이튿날 새벽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부장판사는 "특가법상 뇌물 범죄사실에 있어 피의자의 지위, 피의자와 희망나눔 등 관련 회사와의 관계, 공사도급계약의 체결의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피의자의 직무와 관련하여 피의자의 개입으로 공사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들기는 한다"면서도 "상당수의 공사 부분에 있어 피의자가 개입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는 직접 증거가 충분히 확보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현재까지 현출된 증거들에 대해서는 반대신문권의 보장이 필요하다고 보이는 점, 뇌물 액수의 산정에 있어 사실적 내지 법률적 측면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점, 특가법상 횡령의 점과 관련해 피의자에게 반박자료 제출을 위한 충분한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점을 감안할때 피의자의 방어권보장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현 단계에서 본건 영장청구를 기각한다"고 덧붙였다.

공수처는 감사원에서 2020년부터 건설·사회간접자본(SOC)·시설 분야를 담당하던 김씨가 차명 회사를 만든 뒤 건설업체로부터 공사를 수주하는 수법 등으로 총 10억 원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앞서 감사원은 2021년 9월 내부 감사를 통해 김씨가 업무 중 건설업체 관계자와 동남아 여행을 다녀온 사실 등을 적발했고, 이후 김씨의 비위 의혹과 관련해 공수처에 수사를 의뢰했다. 공수처는 지난해 2월부터 감사원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벌여왔다. 이에 김씨는 "입찰로 공사를 따냈다"며 대가성을 부인하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전날 1시간 30여분간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혐의를 부인하는 입장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네"라고 짧게 답하고, 어떤 부분을 소명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죄송하다"고만 답하고 법원을 빠져나갔다.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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