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국가들에서 친(親)이스라엘 성향으로 지목된 기업들을 겨냥한 불매 운동이 번지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전쟁을 벌이는 이스라엘을 지지했거나, 이스라엘과의 연결고리가 있는 회사의 제품이 주된 '표적'이다. 이스라엘이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고 강하게 비난해 온 튀르키예는 아예 의회까지 '이스라엘 보이콧'에 나섰다.
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관영 아나돌루통신 등에 따르면, 누만 쿠르툴무쉬 튀르키예 국회의장은 이날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기업의 제품은 레스토랑, 구내식당, 찻집 등 의회 내 시설에선 판매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미 구입한 물건도 버리겠다"고 밝혔다. 친이스라엘 계열로 분류된 기업에 대한 국가기구 차원의 보이콧은 튀르키예가 사실상 처음이다.
튀르키예 의회는 이번 조치의 대상이 어떤 기업 제품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코카콜라 음료와 네슬레 인스턴트커피가 퇴출 대상"이라며 "이들 기업을 상대로 엄청난 항의가 이어진 결과"라고 보도했다. 글로벌 식음료 기업인 두 곳은 각각 유대인 정착촌과 이스라엘 본토에 생산 공장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이 아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무차별 공습을 비판하며 팔레스타인을 지지해 온 다른 아랍권 국가들에서도 불매 운동 바람이 거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아랍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퍼지고 있는 불매 대상 기업만 121곳에 이른다"고 전했다.
지난달 맥도널드·버거킹의 이스라엘 지부들은 이스라엘 군인들에게 햄버거 등을 무료 제공한다고 발표했다가 아랍권 소비자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았다. 논란이 확산하자 이집트와 요르단 등 다른 아랍 국가의 맥도널드 가맹점들은 "이스라엘 지부의 자체 행동"이라며 부랴부랴 선 긋기에 나섰다. 튀르키예에선 맥도널드의 '친이스라엘' 행보에 항의하던 고객이 이스탄불의 한 매장에 쥐를 풀어 놓는 일까지 일어났다.
스타벅스도 최근 SNS에 '팔레스타인 지지' 게시물을 올린 노동조합을 고발했다는 이유로 불매 운동 리스트에 올랐다. 카타르 도하에 문을 연 미국 카페 체인인 푸라 비다 마이애미는 지난달 경영진이 SNS에 친이스라엘 콘텐츠를 올린 뒤, 현지 소비자들의 비판이 커지자 아예 가게를 접었다.
이스라엘과의 국교 단절 요구도 점점 확산하고 있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에 분노한 아랍인들은 미국 등 이스라엘의 동맹국 브랜드에 등을 돌렸다"며 "이 나라들에선 아예 이스라엘과 관계를 끊으라는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