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8일 국빈 방한한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양국은 차세대 산업, 첨단기술 및 우주, 기초과학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탈리아는 이달 말 개최지를 확정하는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전에서 한국의 경쟁 상대다. 결선 투표로 갈 경우 사우디와의 최종 표결에서 우리 측을 지지할 수도 있는 잠재적 협력대상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회담 후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내년 외교관계 수립 140주년을 앞두고 양국 관계의 새로운 여정의 시작을 알리게 돼 뜻깊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은 자유, 인권, 법치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며 여러 방면에서 꾸준히 우호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왔다"고 강조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조만간 이탈리아에서 윤 대통령을 볼 수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고 초청을 수락해줘서 기쁘게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회담 후 △산업협력 △우주협력 △한국 기초과학연구원(IBS)과 이탈리아 국립핵물리연구소(INFN) 간 협력을 담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과 이탈리아는 우수한 제조역량과 첨단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교역과 투자의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다"며 "차세대 산업협력을 추진해 나갈 기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수소 분야와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과 우주분야 협력을 강화해 나아가기로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글로벌 현안도 주요 의제였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및 인권 문제 개선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아가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는 "전쟁 종식, 평화 회복을 위한 국제사회 노력을 지지하며 함께 연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마타렐라 대통령은 "인도·태평양에서 한국이 중요하고, 차후에 유럽과도 인태전략에 있어 협업할 것임을 이야기했다"면서 "인태협약에서 항행·이동의 자유 등은 양국이 공통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안건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양국은 2024~2025년 한·이탈리아 상호 문화교류의 해를 맞아 문화예술 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이날 공식 언급은 없었지만, 엑스포 유치와 관련해 양국 정상 간 어떤 논의가 오갔을지에 관심이 쏠렸다. 한국 부산,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는 28일 프랑스 파리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진행되는 엑스포 개최지 투표에서 맞붙는다. 1차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을 득표하지 못하면 1·2위가 다시 경쟁하는 결선 투표가 치러진다. 현재 판세에서 부산이 개최지로 선출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은 결선 투표에 진출한 뒤 로마 지지표를 흡수해 역전을 이뤄내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9월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했을 때도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를 만나 엑스포 유치에 대한 협력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