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학교병원 노조 파업이 보름째 지속되고 있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당장 인력충원을 요구하며 단식투쟁에 들어갔고, 사측은 일단 TF를 구성해 추후 논의하자며 맞서고 있다. 역대 최장기간 파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환자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8일 울산대병원에 따르면, 노사 양측은 지난 주말동안 병원 운영 정상화를 위해 집중교섭을 벌였으나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다. 가장 큰 쟁점은 인력충원이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폭을 당초 11.4%에서 4.42%로 하향 조정하는 대신 간호사 25명‧간호조무사 28명‧보조원 8명 충원 요구는 들어달라는 수정안을 사측에 제시한 상태다. 임금은 포기하더라도 인력난만큼은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사측은 기본급 3%인상에서 더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인력충원의 경우 전체 보조원 85명 중 이송담당 11명을 별도 팀으로 구성하고 그 숫자만큼 보조원을 보강하는 등 잠깐 진전된 논의가 이뤄지기도 했지만 사측이 외부용역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원점으로 돌아갔다. 병원 관계자는 “다른 병원의 경우 임금 인상폭이 1.7% 에 그친 데 비해 업계 최고수준인 3%를 제시했고, 교섭이 진행되는 중에도 직원 복지와 관련해 꾸준히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인력은 무작정 충원하기보다 TF팀을 꾸려서 다양한 방안을 논의 해보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파업이 시작된 지난달 25일 이후 이달 6일까지 15차례 만남에도 진전이 없자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7일부터 단식에 들어간 박창원 울산대병원분회장은 “아프면 쉬고 배고프면 밥 먹고 제 때 화장실에 갈 수 있도록 부족한 인력 충원을 요구하고 있지만 병원 측은 이 모든 것을 개인의 능력 부족으로 치부하며 거부하고 있다”며 “더 이상 파국을 원하지 않는다면 조합원들이 수용할 수 있는 제시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간호사들도 시청과 국회를 오가며 인력부족실태에 대한 증언대회를 여는 등 릴레이 압박에 나섰다. 울산대병원 9년차 간호사 A씨는 “주사바늘에 찔리거나 투약 실수 위험 등 각종 안전사고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의료사고가 생길까 두려워 파업 현장에 나왔다”며 “시간에 쫓겨 적당한 선에서 수준 낮은 간호를 제공하는 것으로 타협하다 보니 이젠 나이팅게일 선서문을 마주하기도 민망하다”고 털어놨다.
노사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울산대병원 파업은 역대 최장기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종전까지는 2017년 9월 14일부터 30일까지 총 16일간이 최장기 파업이었다. 파업 장기화로 울산 유일 상급병원인 울산대병원의 업무 차질도 현실화되고 있다. 병원측은 지난 1일부터 중증 환자 중심으로 진료를 축소해 운영하고 있다. 병상 가동률은 50%(980여 개 중 500여 개 사용) 수준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