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중국 건설업 생산 10% 감소 시 한국 GDP 0.4% 줄어"

입력
2023.11.08 16:00
국제 분업에서 '경쟁자' 된 중국
"수출 다변화 전략 추구해야"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중국 부동산시장 침체가 국내 성장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국책연구원 분석이 나왔다. 한국에서 수입해 온 건설 중간재를 중국이 자국산으로 대체해 나가고 있는 만큼 대책 마련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중국 건설업 위축의 영향과 중장기 무역 구조 변화의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중국 내 건설업 생산이 10% 감소하는 시나리오를 설정해 분석한 결과,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0.4%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부동산발 중국 경제 위기론의 진원지인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비구이위안의 재무건전성 악화가 국내 경제 성장률을 끌어내릴 수 있다는 뜻이다.

산업별로는 화학물질 및 화학제품 생산의 감소폭(0.7%)이 가장 컸다. 광업 및 채석업(0.6%), 수상운송업(0.6%), 기타 비금속광물(0.5%)도 타격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건설 중간재 수출이 줄면 관련한 국내 산업이 모두 연쇄 타격을 입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수출품이 중국에서 가공된 뒤 제3국으로 재수출되는 ‘분업 구조’도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에는 중국으로 수출한 물품 중 37.2%가 가공된 후 제3국으로 재수출됐지만, 2022년에는 그 비중이 22.0%까지 줄었다.

KDI는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이 중국의 중간재 경쟁력 강화에 있다고 봤다. 기술 발전으로 경쟁력을 갖춘 중국이 한국에서 중간재를 수입하는 ‘협업’ 대신, 자체 수급해 완제품을 만들어 파는 ‘경쟁자’가 됐다는 것이다. 중국시장 대체를 위해 국내 기업이 진출한 베트남의 건설 중간재시장에서도 중국 제품 점유율이 오르고 있어 국내 제품의 경쟁력이 점차 약화하고 있다고 KDI는 우려했다. 정 실장은 “동남아시아와 인도 등 급성장하는 신흥시장 중심으로 수출과 투자 다변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세종=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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