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적으로 몰릴 뻔했던 KT 문상철(32)이 마지막에 결정적인 한방을 날려 영웅이 됐다. 경기 초반 절호의 기회에서 삼중살의 빌미를 제공하는 번트 병살타를 치고, 삼진도 두 차례나 당했지만 9회 승부처에서 결자해지의 결승 2루타를 폭발시켰다.
문상철은 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 LG와 1차전에서 2-2로 팽팽히 맞선 9회초 2사 1루에서 상대 마무리 투수 고우석의 6구째 커브를 힘껏 받아쳐 왼쪽 담장 상단을 맞히는 1타점 적시 2루타를 날렸다.
문상철의 활약에 힘입어 3-2로 재역전에 성공한 KT는 9회말 구원 투수 박영현이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깔끔하게 틀어막고 팀 승리를 지켰다.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에 오른 KT는 기선제압에 성공하며 우승 확률 74.4%를 잡았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 승리 팀은 39번 중 29차례 정상에 올랐다.
2021년 통합 우승에 이어 2년 만에 창단 두 번째 우승을 노리는 KT는 8일 같은 장소에서 펼쳐지는 2차전에 ‘승률왕’ 윌리엄 쿠에바스를 선발 투수로 내보낸다. 1994년 이후 29년 만의 우승 한풀이에 도전하는 LG는 선발 투수 최원태를 내세운다.
두 팀은 초반 긴장한 나머지 1회부터 실책을 저지르며 점수를 주고받았다. 1회초에 KT는 선두타자 김상수가 중전 안타로 출루한 뒤 2번 황재균 타석 때 2루 도루를 시도했다. LG 포수 박동원의 송구가 뒤로 빠지면서 김상수는 3루까지 달렸다. 무사 3루에서 황재균이 유격수 땅볼을 쳐 선제점을 뽑았다.
먼저 1점을 내준 LG는 1회말에 바로 반격했다. 1사 후 박해민과 김현수의 연속 안타로 만든 1·3루에서 4번 오스틴 딘이 2루 땅볼을 쳤다. 병살타로 처리할 수 있는 타구였지만 공을 잡은 KT 2루수 박경수는 2루에 송구 실책을 했고, 3루 주자가 홈을 밟았다. 계속된 1사 1·2루에서 오지환의 안타로 만루 기회를 잡았고 문보경의 우익수 희생 플라이로 2-1 역전에 성공했다.
KT는 2회초에 상대 실책과 안타로 다시 무사 1·2루 기회를 잡았지만 7번 문상철 타석에서 트리플 플레이가 나와 아쉬움을 삼켰다. 문상철의 번트 타구를 잡은 포수 박동원이 3루 베이스로 커버를 들어온 유격수 오지환에게 던져 포스 아웃시켰고, 오지환은 재빠르게 1루로 송구해 타자 주자도 잡아냈다. 2루 주자 배정대는 3루로 가다 태그 아웃돼 이닝이 그대로 끝났다. 한국시리즈에서 삼중살이 나온 건 2004년 10월 29일 현대와 삼성의 한국시리즈에서 삼성 양준혁이 기록한 이후 역대 두 번째다.
하지만 KT는 4회초에 기어코 균형을 맞췄다. 황재균과 앤서니 알포드의 연속 볼넷으로 연결한 무사 1·2루에서 4번 박병호가 삼진으로 물러났으나 5번 장성우가 우중간 안타를 때려 2-2 동점을 이뤘다.
이후 팽팽한 투수전이 벌어졌다. LG 선발 케이시 켈리(6.1이닝 2실점 1자책)와 KT 선발 고영표(6이닝 2실점 1자책)가 내려간 뒤 양 팀은 불펜을 나란히 가동했다. 균형은 9회초에 깨졌다. KT는 2사 후 배정대가 볼넷으로 출루한 뒤 문상철이 승부를 가르는 2루타를 터뜨렸다. 앞선 타석까지 3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침묵했던 문상철은 천금 같은 장타 1개로 1차전 데일리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