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칸막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두 사람은 각자 국회 앞 식당에서 기자들과 식사 중이었는데, 공교롭게 옆방에 자리하고 있었다. 안 의원이 이 전 대표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자 이 전 대표는 "안철수씨, 좀 조용히 하세요"라고 고함을 쳤다. 서로 옆방에 누가 있는지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칸막이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로 이 전 대표는 안 의원임을 알아챈 것이다.
안 의원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지난 4일 이 전 대표가 부산 토크콘서트를 찾아온 인요한 혁신위원장에게 영어로 말한 것은 '헤이트 스피치'(혐오발언)라고 비판했다. 안 의원은 "교포 2세에게 미국 정치인이 한국말로 얘기하는 건 '우리 구성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이라며 "의사에게 '닥터'라는 호칭 대신 '미스터'라고 부른 것 역시 대놓고 무시한 것"이라고 했다. 안 의원은 "(이 전 대표가) 영어를 못하는 것 같다"는 취지의 발언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칸막이 너머로 자신에 대한 얘기를 듣게 된 이 전 대표는 "안철수씨, 식사 좀 합시다. 조용히 하세요"라며 수차례 고함을 쳤다. 안 의원은 이에 대응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서로 마주치지 않은 채 식당을 떠났다.
안 의원과 이 전 대표의 악연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서울 노원병에서 소속 정당을 달리 해 맞붙었고 안 의원이 당선됐다. 두 사람은 2018년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를 앞두고 바른미래당에 함께 몸을 담고 있었으나, 안 의원은 당시 측근이었던 김근식 예비후보를 지원하면서 이 전 대표와 또 한번 맞붙었다. 최근에는 안 의원이 지난달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 유세 과정에서 불거진 '욕설 논란'과 관련해 이 전 대표가 허위 사실을 퍼뜨렸다고 주장하며 이 전 대표 제명 서명운동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