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 비어간다" 믿었던 5G 애물단지 되자 새 사업에 눈돌리는 통신사들

입력
2023.11.08 08:00
14면
KT, LGU+ 3분기 이익 전망치보다 크게 낮아
"일회성 비용 탓"이라지만 5G 가입 정체 걱정
정부 요금 인하 압박도 더해지며 수익 악화
전기차 충전, AI 등 비통신 집중하는 이유


경기 침체 속에서도 안정적 성장을 기록해 왔던 통신사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5세대(5G) 이동통신 가입자 증가 속도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통신사들은 포화 상태에 이른 이동통신 사업의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기업 간 거래(B2B) 등 새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KT는 2023년 3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4% 증가한 6조6,974억 원을 기록했다고 7일 밝혔다. 분기 최대 실적이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8.9% 감소한 3,219억 원에 그쳤다. 증권가의 전망치(3,787억 원)를 크게 못 미쳤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LG유플러스도 상황은 비슷하다. 3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 3조5,811억 원, 영업이익 2,543억 원이다. 이 역시 시장 전망치(2,878억 원)를 밑돈 수준이다.

두 회사는 이번 실적에 대해 일시적 비용이 증가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KT 관계자는 "당초 3분기 중 임단협이 조기 타결됐으며 콘텐츠 수급 비용도 증가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일반적으로 3분기에 마무리된 홈쇼핑 송출 수수료 협상이 4분기로 밀렸고 7월 임금 및 단체협상을 통해 임금이 6.5% 오르면서 인건비가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전기요금이 인상되면서 인프라 비용이 증가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5G로 할 콘텐츠 없어…알뜰폰 LTE 가입자 증가 이유


하지만 통신사들의 진짜 걱정은 5G 가입자가 예전처럼 늘지 않는다는 점이다. 통신사 입장에선 고가 요금제 중심의 5G 가입자가 늘어야 수익성이 좋아진다. 통신3사의 5G 가입자는 2021년만 해도 월에 100만 명씩 늘었고 지난해에도 50만 명씩은 증가했는데 올해 들어서는 현재까지 30만~40만 명 증가하는 데 그치고 있다. 5G 보급률의 경우 KT가 70%, LG유플러스는 62%까지 올랐다.

가장 큰 이유는 꼭 5G에 가입해 즐길 만한 핵심 콘텐츠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롱텀에볼루션(LTE) 때는 유튜브,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가 쏟아지면서 3G에서 LTE로 갈아타기 할 수 있는 명분을 줬다. 반면 5G 핵심 콘텐츠로 기대를 모았던 가상현실(VR), 메타버스 등이 예상만큼 대중화되지 못했다. 통신사들도 LTE 대비 최대 20배 빠른 속도를 구현할 수 있는 고대역 주파수(28㎓) 대역이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투자를 게을리했다.

이러다 보니 5G가 개통한 지 4년이 넘었는데도 다시 알뜰폰 LTE로 넘어가는 가입자도 상당이 많다. 굳이 비싼 요금을 내고 통신사의 5G 요금을 쓸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23년 8월 기준 알뜰폰 LTE 이용자는 1,375만690명으로 1년 전 대비 294만3,322명 늘었다.



6G는 2028년에야…비통신 사업으로 버텨야


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박도 거세다. 과기부는 7월 '통신 시장 경쟁 촉진 방안'을 발표하면서 기존 5G만 가입할 수 있었던 최신 스마트폰에서도 LTE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5G 가입자 증가 속도는 더욱 느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6G는 2028년 이후에나 서비스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내년부터는 이익 감소가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크다.

통신사들이 비(非)통신 영역에 집중하는 배경이다. LG유플러스는 인터넷데이터센터(IDC)와 같은 네트워크 기반 B2B 사업부터 전기차 충전 사업, 화물 운송 중개 플랫폼 등 사업 영역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KT의 경우 기업용 IDC 사업을 확장하는 한편 초거대 인공지능(AI) '믿음'을 바탕으로 한 B2B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규제 압박 강도가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며 "비통신, 신규 사업에서 실적을 만회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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