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을 위한 기술보안 강화대책

입력
2023.11.0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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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한민국 방위산업 수출 수주액이 170억 달러(약 24조 원)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1970년대 번개사업을 시작한 방산 국산화가 50년 만에 세계 4대 방산 수출국에 오르며 결실을 맺고 있다. 이러한 기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현재 호주, 폴란드, UAE 등에 우리 주력 무기 수출 계약을 위한 협상이 진행 중이다.

지속가능한 K방산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핵심 방산기술 유출을 방지할 수 있는 국제적인 수준의 기술 보안이 선제조건이다. 국내 방산업체의 기술력을 세계가 인정하는 가운데 방산기밀 보호는 곧 국가안보, 그리고 국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방산기밀 보호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은 국군방첩사령부를 찾아 방산기밀 보호에 대한 대응을 당부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방산업체의 핵심기술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방산기밀 보호활동을 적극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국가정보원은 국내 방산기술 보호 등을 위한 안보 협의체를 신설하기로 했다.

방산업체 또한 군사기밀보호법과 방산기술보호법 등 보안 관련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인적, 물적 토양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현재 방위사업 추진 과정에서 보안 관련 법규 준수를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는 방위력개선사업 협상에 의한 계약 체결 관련 보안 및 방위산업 기술 유출, 침해사고 발생에 따른 불공정행위 감점 기준(소위 보안사고 감점)이 있다.

이처럼 방위산업 기술 우위 확보와 유지를 위한 핵심조건으로 보안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유독 함정사업 분야에서 '보안사고 감점' 경감이 필요하다는 일부 주장 제기는 납득하기 어렵다.

지난 7월 방위사업청이 진행한 울산급 배치-Ⅲ 5, 6번함 사업제안서 평가에서 탈락한 한 업체는 보안사고 감점 규정이 부당하다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했으나 최근 기각됐다. 이 업체에 적용된 보안감점 1.8점은 전·현직 직원들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재판에서 1~2년의 징역형(집행유예)이 확정된 데 따른 것이다. 이들은 2012년~2015년경 방사청, 해군본부 등으로부터 핵심 군사기밀을 불법 수집하여 회사 내 불법 서버에 저장, 공유하며 특수선 개발에 활용했다. 불법 수집된 군사기밀은 12건에 달했다. 경쟁사의 KDDX 개념설계 보고서를 비롯하여 잠수함, 훈련함, 특수전지원함, 특수침투정 등의 사업추진전략과 성능개량 기본전략 등도 포함됐다.

하지만 해당 업체는 2018년 기무사령부의 강제 수사 이후 2022년 형사 판결 확정까지 불법행위에 대한 어떠한 불이익도 받지 않았다. 오히려 범죄행위로 취득한 경쟁사의 KDDX 개념설계보고서를 활용하여 KDDX 기본설계 사업에 참여하고 수주하기도 했다.

군사기밀을 유출한 업체가 앞에 서술한 범죄행위로 보안감점이 적용된 건 이번 울산급 배치-Ⅲ 사업이 처음이다. 심각한 불법행위의 실체는 외면한 채 보안감점 경감을 주장하거나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태이다.

현재 기술 유출에 대한 처벌 강화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기술을 유출하는 전·현직 직원에 대한 처벌도 중요하지만, 기술 유출을 주도하는 기업에 대한 수사와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 기술 유출로 막대한 수익을 챙길 수 있는 기회가 사라져야 기술 보안이 강화되고 기술경쟁력이 향상된다.

현행 보안사고 감점 기준은 불법행위의 심각성에 비례하는 불이익을 부과하고 있지 않아 위하력(威嚇力)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의견들이 많다. 타인의 기술 탈취에 대한 페널티가 일정 수준의 감점에 불과하다면 기술개발에 시간과 비용을 투입할 기업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국가안보와 군사기밀 보호를 위해 군사기밀을 탐지, 수집하거나 경쟁업체가 개발한 기술을 훔치는 등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사업 참여 기회를 박탈하거나 감점 규정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설혹 현행 규정에 일부 개정 소요가 있다 하더라도 기존 감점기준 적용 기간이 종료된 이후 재검토 논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추후 실질적인 기술능력 위주의 함정사업 수주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건전한 규정 개정의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송봉규 한세대 산업보안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