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 복수의 정부 각료들을 대상으로 탄핵 카드를 꺼내들 참이다. 8일 의원총회에서 최종 확정할 예정인데, 윤석열 정부 들어 장관급 인사를 대상으로 탄핵에 나서는 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 이어 벌써 세 번째다. 정국 주도권을 쥐기 위한 방편으로 탄핵을 남발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지나친 강경대응이 자칫 총선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최혜영 원내대변인은 7일 원내대책회의 후 취재진과 만나 "8일 논의할 탄핵 대상을 아직 정하지는 않았다"면서도 "한 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두 명 이상이라는 의미다. 이에 이 위원장과 한 장관이 우선 거론됐다.
민주당은 국정감사에서 여러 위법사항을 확인한 만큼 탄핵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입장이다. 원내 관계자는 "국정감사가 끝나고 그동안 상임위원회에서 탄핵을 포함한 후속 대책을 검토했다"며 "상임위원들의 요구에 따라 원내 검토를 거쳐 의총 안건으로 올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위원장의 경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부당해임 등을 통해 방송 장악 의도가 명백히 드러났다고 보는 만큼 이르면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안을 상정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한 장관은 국감에서 도마에 올랐던 피의사실 공표, 위법 시행령 등이 탄핵 사유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탄핵 공세를 놓고 당내에서도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앞서 2월 이태원 참사 책임을 물어 이상민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본회의에서 단독으로 가결했지만 7월 헌법재판소에서 전원일치로 기각됐다. 이어 9월 해병대 수사 외압 의혹으로 이종섭 장관 탄핵을 추진했지만 자진사퇴와 인사교체로 흐지부지됐다.
당 재선 의원은 "아무리 정치적으로 밉더라도 중대한 위법사항이 있어야 탄핵이 가능하다"면서 "헌재에서 기각될 걸 뻔히 알면서 탄핵을 밀어붙이는 건 역풍을 부를 수 있고 좋지 않은 선례를 계속 쌓아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초선 의원은 "일단 (장관들의) 직무를 정지시켜서 선거를 못 나오게 하려고 탄핵을 쓰냐는 말도 나온다"며 "이래서야 국민들이 민주당을 어떻게 바라보겠나"라고 한탄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탄핵중독", "거야의 폭주"라고 쏘아붙이며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탄핵중독으로 금단현상이라도 생긴 건지 민주당의 무분별한 탄핵 주장이 벌써 몇 번째냐"라며 "탄핵소추는 명백한 법률위반이 있어야 함에도 정략적 이익과 정부 압박용으로 무분별하게 남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광재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이) 여러 이유를 언급하지만 결국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이유"라며 "국민의 선택에 의해 선출된 정부를 향해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반헌법적, 반민주적"이라고 가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