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혔던 라파, 다시 열렸다… 유럽선 '가자~키프로스 경로' 활용도 검토

입력
2023.11.07 04:56
"외국여권 소지자 수십 명, 라파로 탈출"
라파 경로로는 인도적 지원 충분히 못해
EU "가자~키프로스 해상 경로 모색 중"

가자지구 남부와 이집트를 잇는 라파 검문소가 6일(현지시간) 다시 열렸다. 라파 국경은 이스라엘군 공격을 받는 가자지구에 체류 중인 외국인 등이 바깥으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이달 1~4일 제한적 개방을 제외하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 시작 후 내내 폐쇄된 상태였다.

이날 영국 로이터통신은 "수십 명의 외국인 여권 소지자와 의료진이 가자지구에서 라파 검문소를 통과해 이집트로 이동했다"고 복수의 이집트 보안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라파 국경을 통한 이동 재개는 지난 4일 국경문이 닫힌 지 이틀 만에 이뤄졌다.

앞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이집트는 카타르의 중재를 통해 라파 검문소를 제한적으로 여는 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가자지구 내 외국인, 이중국적을 가진 팔레스타인인, 환자, 의료진 등의 이동이 허용됐고, 1일부터 사흘 연속 하루 500명 안팎이 가자지구를 떠났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이 3일 가자지구 부상자를 이송하던 구급차를 공격한 것이 발단이 되어 다음 날 라파 검문소를 통한 민간인 대피가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EU “라파 통한 물자 지원 제한적… 대안 모색”

라파 국경은 가자지구 민간인 대피뿐만 아니라, 이들에게 필요한 인도적 물자를 지원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그러나 가자지구 안에 갇힌 팔레스타인인 230만 명의 수요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유럽연합(EU)은 키프로스와 가자지구 간 해상 경로를 대안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2023 EU 대사 콘퍼런스' 연설을 통해 "가자지구에 더 많은 구호 차량이 들어갈 수 있도록 이스라엘, 이집트, 유엔 등과 함께 노력 중"이라며 "현재 라파 국경을 통해 인도적 지원 물자가 반입되고 있지만, 그 분량이 너무 적어 키프로스를 통한 해상 통로 같은 (다른) 경로 확보를 위해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EU 회원국인 키프로스는 지중해 한가운데 위치해 있다. 가자지구에서 북서쪽으로 약 370㎞ 떨어져 있어 접근성이 비교적 우수하고, 이스라엘이나 이집트 등을 통하지 않고서도 가자지구에 인도주의적 물품을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가자지구에 대한 EU의 인도적 지원을 확대할 것이라고 언급하는 가운데 나왔다. 그는 "EU는 가자지구에 2,500만 유로(약 349억 원)의 인도적 지원을 추가로 집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를 포함하면 EU의 가자지구 누적 지원액은 1억 유로(약 1,395억 원)로 늘어난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